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팅베터 Jul 06. 2020

캠핑의 디드로 효과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

 캠핑을 다닌지도 어느덧 7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가성비 좋은 자동텐트를 샀었다. 설명서에는 설치하기도 쉽고, 해체하기도 쉽다고 되어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부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팩도 땅속에 고정시키고 로프로 텐트가 바람에 넣어가지 않도록 고정하는 일부터 여러 가지 할 일 들이 많았었다.


한 번은 바닷가 근처에 캠핑을 했었는데, 새벽에 바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텐트의 폴이 부러지는 경우가 있었다. 텐트는 찌그러지고 임시방편으로 새벽시간을 견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내 입술에 모래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바람과 함께 모래가 날아와 찌그러진 텐트 속으로 들어온 거였다. 그때 그 모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또 다른 경우는 장마철에 그 텐트를 가지고 캠핑을 갔었는데, 너무 많은 비오 인해서 팩이 빠져 텐트가 위 태위태 한일이 있었다. 비를 쫄딱 맞아 가면서 팩을 망치질하면서 텐트를 고정시키고, 텐트 주변에 배수구도 팠다. 갑자기 군대에 있는 기분이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여러 번을 확인하는 등 정 말 성가신 게 아니었다.  


작업을 다 마치고 텐트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나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들 돌려보니, 어느 텐트에서 한 남자가 너무나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같은 캠핑장인데도 필자는 고생을 해가면서 땅을 파고 있는데 어떤 텐트에서는 저렇게 여유롭게 지낼 수가 있다는 생각에 많이 놀랬다. 어떤 텐트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렇게 느끼는 게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 남자의 텐트는 누가 봐도 튼튼하고 모든 날씨를 견더줄 것만 같은 그 당시 나의 꿈의 텐트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텐트 안에서 지프 하나만 닫으면 끝이었다.

  일이 있은  아내와   텐트를  남자의 텐트와 같은 크고 튼튼한 텐트로 바꾸기로 했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정말 비싼 텐트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텐트도 2년쯤 사용하고 있을 때, 고민이 하나 생겼다. 텐트를 설치하고 나면 완벽하지만, 상대적으로 무겁고, 부피도 커서 텐트를 설치하거나 해체할 때 힘이 너무 많이 들고,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렸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 캠핑을 다른 해보다 더 자주 다니다 보니 나의 힘겨움도 더 자주 다가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상대적으로 미니멀하게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분명 나의 텐트는 정말 좋은데   혼자만 이렇게 크고 무거운 텐트를 사용하고 있나 싶었다. 텐트가 싫었던  아니지만 추가로 새로운 미니멀한 텐트를 구입하고 싶었다. 다른 캠퍼가 빠른 시간에 텐트를 설치하고 빠른 시간에 해체해서 떠나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다.

그래서 아내와 난 미니멀한 텐트를 사기로 결정했다. 한 여름에만 사용할 용도로 구입했고, 텐트 내부는 두 사람이 누우면 딱 맞는 2인용 텐트였다. 폭이 넓지 않아 불편한 감은 있었지만, 새끼 손가락으로 들 수 있을 만큼 가볍고 부피도 작고 소개가 면으로 되어 있어서 한여름에 시원할 것 같았다. 텐트가 작다 보니 텐트에 소모되었던 시간들을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1박 2일 캠핑 갔을 때 설치/해체하는 시간이 너무 소모적으로 많이 들어서 많이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로 새로운 시간이 생긴 것 같았다.


 하나의 물건을 사고 나서  물건에 어울릴 만한 물건을 계속 구매하며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인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처럼 작은 텐트를 사고 보니 타프도 작은 것으로 바꾸려고 이미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고. 아이스쿨러도 이미 샀다. 캠핑 가방과 테이블도 작은 텐트에 어울릴만한 것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제는 작은 텐트용으로 별도로 모든 장비를 구매할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