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글로 기록합니다.
열심히 살아온 내가,
7년간 다닌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되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역할은 커졌고,
나는 애초에 다른 사람들과 다른 포지션으로 입사했던 탓에 보이지 않는 열등감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 넘어오며
나는 서서히 고갈되어 갔다.
퇴사 후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관련 분야가 아니어도
‘새롭게 배우겠다’는 다짐으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취미반도 다녔다.
그렇게 쌓아가는 것이 나를 완성할 거라 믿었다.
처음 시작은 초등학교에서의 문화수업.
한 시간짜리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일주일을 통째로 바쳤다.
그다음 그림책 수업.
50분짜리 그림책 수업 하나를 위해
다섯 날을 붙들고 있어야만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나는 나를 끝없이 조여갔다.
누군가 부탁하면 “일단 해볼게요”가 먼저 나왔다.
쉬어도 되는 순간에도,
충분히 했다고 말해도 되는 순간에도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우울을 부정한 채
‘하면 된다’, ‘일단 해보자’라는 주문으로
나는 나를 지독하게 몰아붙였다.
그 시기 나는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열심히 하는 나’가 아니라
‘멈출 줄 모르는 나’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그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작은 핀잔에도, 사소한 실수에도
나는 금세 자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비난의 목소리를 스스로에게 쏟아부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틈타
우울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