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내가 만든 나.

우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글로 기록합니다.

by 사잇결

상담을 통해, 아니 정확히는 친구와의 수다로 나는

옛날얘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보니,

어린 시절의 내가 제삼자의 얼굴로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부모님은 교회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두 사람의 애정을 온전히 받으며 자랐다.


아버지는 나와 서른여섯 살 차이가 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장난을 치다 선생님께 혼이 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곧장 학교로 찾아가
“우리 딸이 그럴 리 없다”며 선생님께 따지셨다.
설령 그렇다 해도 아이가 울 때까지 혼낼 필요가 있느냐고,
어린 나를 두둔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옮기셨다고 한다.


담임선생님께 너무 죄송하다.
혹시 작은 트라우마로 남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 뒤로 나는 무엇이든 더 조심스러워졌다.
내 잘못 하나가 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아버지가 불같이 나를 감싸며 누군가를 몰아붙일까 두려웠다.


엄마는 언제나 긍정으로 세상을 감싸던 사람이다.

어떤 일도 밝은 쪽으로 돌려 생각하는 재주가 있었고,

그래서 나는 틀려도 혼나기보다 먼저 이해받았다.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던 그 엄마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친구처럼 지낸다.


이 사랑과 기대 속에서 나는
최고는 아니어도 중상위 성적을 유지해야 했고,
순종적이고, 말썽을 피우지 않는 아이여야 했다.
기대에 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못하는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잘하지 못하는 건 곧 부모님께 누를 끼치는 일이라 여겼고,
그래서 언제나 착한 딸이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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