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정적 속에서 작은 일에도 크게 흔들리다.

우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글로 기록합니다.

by 사잇결

“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해요?”
“네? 저… 불렀어요?”

함께 봉사하고 있던 선생님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잔 것도 아닌데, 한창 같이 일해야 할 시간인데,
나는 무의식이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삼천포로 달아나 있었다.


솔직히 말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나도 알지 못한다.
정확히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있는 내가 유난히 눈에 띄었나 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봉사에 집중해보려 애썼다.


어느 날, 중창단에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16명 중 일부만 따로 ‘특별 합창’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리 중창단은 대부분 주부들이다.
각자의 삶에 치여 연습 시간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연습이 가능한 소수만 특별 합창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고

나는 그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설령 알고 있었다 해도
나는 소수만 무대에 서는 방식에는 마음이 없었다.
내 바람은 언제나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노래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아무 공지도 없이, 아무런 말도 없이, 소수만 특별하게?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생각이 깊은 구멍으로 빠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두 시간 가까이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평소 둔감한 남편도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슬며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차라리 누군가에게 말하면 될 일을 나는 혼자 끙끙… 몇 시간을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아무 결론도 얻지 못한 채 그 자리에 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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