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이들 속에서 마주친 나

우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글로 기록합니다.

by 사잇결

앗! 저기 날파리!

음식물이 쌓여 있는 싱크대를 보며,
그 위를 날아다니는 작은 날파리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지난번에 음식물 쓰레기는 도대체 언제 버렸지?

이틀 전이었던 것 같은데,
다시 확인하니 일주일이 넘었다.
4인 가족의 음식물이 일주일이라니.
그것도 유난히 더웠던 2025년의 여름에.


버려야겠다.
움직이자.

음식물 봉지를 들고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데,
음식물 봉지 속에서 꿈틀대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 삶이 점점 저 꿈틀이들로 채워지고 있었구나.
언제 이렇게 돼버린 걸까.


정리되지 않은 발톱에,
무릎이 나온 추리닝 바지,
몇 년째 입고 있는 티셔츠,
티셔츠에 묻은 얼룩을 가리려고 아무렇게나 둘러맨 앞치마.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엉켜버린 머리카락,
하루 종일 씻지 않아 베개 자국이 선명한 얼굴을 그대로 한 채,
“밤이니까 누가 보겠어…” 하며 내버려둔 나.


이렇게 변한 모습이 너무 낯설다.
나는 반짝반짝 빛나진 않았어도
한때는 자신만만했고, 당당한 사람이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나는 어느새 깊은 어둠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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