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질

우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글로 기록합니다.

by 사잇결

“손가락질하지 마.”

아이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실수를 향해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늘 당부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면 안 되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나는 늘 이렇게 설명했다.

“손가락질을 하면 한 손가락은 상대를 가리키지만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하고 있어.

그건 남의 잘못을 보라는 뜻이 아니라
내 안에도 그와 비슷한 모습이 있다는 뜻이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말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싶어질 때마다 먼저 나를 돌아보자고 다짐하며.

항상 나를 먼저 돌아보는 습관이 삶이 되었다.


남편과의 트러블도 내가 바뀌면 될 일이라 여겼고,

시댁과의 불편도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친구 사이에서도 상처를 말하기보다 내가 고치면 된다고 여겼다.
고칠 수 없는 관계는 조용히 멀어지면 그만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없어졌다.

누구에게나 편한 사람이 되려 했지만
정작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빈껍데기로 살아가는 삶.
영혼 없이 하루를 움직이는 시간들.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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