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한 남자의 삶을, 나는 울분으로 읽었다.

스토너를 읽고

by 사잇결


처음엔 당혹이었다.
어떻게 이런 아내가 있을 수 있을까.
이해하려 해도, 공감하려 해도 끝내 닿지 않는 인물이었다.


불현듯,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평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것처럼 보였지만,
그 속은 텅 빈 깡통처럼 느껴졌다.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가엾은 인생처럼.




스토너가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을 때,
그제야 이 인물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금지된 거다.
짠했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결국 그 감정을 내려놓는 선택 앞에서
나는 어떤 말도 찾지 못했다.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장면은 딸이었다.
불화한 가정 속에서 망가져가는 딸의 모습은
스토너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듯했으나,
그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 같았다.


스토너는 끝내 맞서 싸우지 않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왔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비겁했는지는 판단하지 못하겠다.
다만 그의 선택이 딸의 삶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견디기 힘들었다.


알코올중독이 된 딸이 찾아왔을 때,
어린 시절의 딸을 떠올리며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이 났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남은 감정은
답답함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연민으로,
연민에서 울분으로 옮겨갔다.


못된 사람들보다,
끝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의 삶이

회한으로 오래 마음에 흔적을 남겼다.


이 울분은 어쩌면 나를 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너에게서 어렴풋이 엿보인
나 자신의 모습이
이 감정을 불러낸 것은 아닐까.


이는 스토너처럼 살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이미 스토너처럼 살아왔던
나의 삶에 대한 연민이
함께 뒤섞인 감정이었으리라.


화면 캡처 2026-01-13 225320.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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