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글로 기록합니다.
우울은 부정적이다.
이 세상 누구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어려움이다.
어려움을 달가워한 사람은 없으리라.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큰 어려움이나 고통 없이 살아왔다고 믿었던 나에게
우울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울 속으로 점점 침잠해 있을 때,
나는 상담과 글과 책을 통해
지금의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흔들린다.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날도 많다.
하지만 이제는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으면 그런 나를 다독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나를 위한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 없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여행이었다.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로 살아온 내가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실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기적인 선택처럼 느껴졌고,
말도 안 되는 일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를 챙기지 않아도 되었고,
잘 해내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도
그 자리에 머물러도 괜찮았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나를 늘 마지막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우울을 통해
나는 평생 방치해 온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옳다고 굳게 믿어왔던 신념이 흔들렸으며,
이타적이라고 믿었던 삶의 목적 안에
나 자신을 외면해 온 시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우울을 배척하기보다 함께 가려 한다.
우울은 나를 무너뜨린 존재가 아니라,
나를 끝없이 밀어붙이던 자리에서
한 발 물러서게 만든 동반자였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며 살아간다.
다만 더 이상 나를 가장 마지막에 두지는 않으려 한다.
이 글은 그 선택이 처음으로 가능해졌던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