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오늘 고백 두 번 받았어.”
“그래? 같은 애한테 두 번이나?”
“아니. 두 명.”
“두 명이나? 인기쟁이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글쎄... 고민 좀 해봐야지.”
헉.
누가 들으면 인생의 갈림길 앞에 선 사람인 줄 알겠다.
하지만 이 녀석, 고작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래도 솔직하게 털어놓아 준 마음이 고마웠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 나이에 연애는 너무 이른데…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하지?'
다음 날 아이가 돌아오자마자 물었다.
“아들, 어떻게 됐어?”
“한 명이랑 사귀기로 했어.”
이런.
둘째가 유달리 감성적인 아이였다.
나와 마음이 잘 맞았던 아이였던지라,
벌써 연애라니,
당황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내 걱정과 별개로 둘째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나는 궁금한 게 끝이 없었다.
손은 잡았는지, 둘이 단둘이 있어 본 적은 있는지.
학교에서 어떤 대화를 하는지...
그러나 돌아온 대답.
“엄마, 나한테 여자친구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이가 단단히 선을 긋자,
나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걱정보다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나는 최대한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싫다고 하는 건 절대 하지 않는 거야. 그것만 약속해 줘.”
그 뒤로 ‘여자친구’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삼켰다.
내일은 빼빼로데이.
오늘 아이가 마트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는 사뭇 의아했지만 곧 이유를 알았다.
여자친구 선물 때문이었다.
전용 진열장 앞에서 아이는 이것저것 고르더니,
13,000원짜리 초대형 세트를 덥석 집었다.
나는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깊은 분노를 사뿐히 찍어 누르며 물었다.
“이걸 사겠다고?”
녀석도 비싼 걸 알아서 머뭇거렸다.
사고는 싶고, 엄마한테 혼날까 봐 조심스러운 눈빛.
“처음 주는 선물치고 너무 크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 그리고 책가방에도 안 들어가잖아.”
“음... 그렇네.”
결국 절반짜리로 타협했고 포장지를 고르겠다며 또 한참을 서성였다.
박스에 넣어보고, 종이포장지에 대어보고,
다시 빼고 넣고.
그렇게 40분이 훌쩍 지났다.
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여자친구한테 어떤 거 좋아하는지 물어봐.”
“연락처 없는데?”
“전화번호도 몰라? 사귀는 거 맞아?”
“음… 글쎄. 사귀는 거… 맞겠지?"
순간, 터무니없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녀석의 연애에 대한 내 걱정이
조금 과했던 걸까.
계산대로 달려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순수하게 자라다오.
언젠가 어엿한 남자로 자라
누군가의 든든한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그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며
너를 향한 나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는 너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너를 키워낼 수 있는 ‘나’도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