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유난히 회사가 너무나 가기 싫었다. 별 이유도 없고, 싫을 일도 없지만 회사가 너무 가기 싫었는데. 계속 머릿속에 맴돈 말은 강민경의 짤이었다. 버티면 되는 거라고. 약간은 암울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신기하게도 이게 꽤나 먹힌다. 예전엔 버티는 행위 자체가 뭐랄까 너무 내가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 않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은 그런 부정적인 느낌보다 약간은 내가 하기로 결정한 ‘어쩔 수 없는 일’들을 해나가기 위한 어른으로서의 주문(?) 정도로 긍정적으로 치부하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버티는 삶은 어느 정도의 기준을 두고 버텨야 함을 잊지 말아야지 싶다. )
아무튼, 어제는 일을 마치고 회사가 다니기 싫어서 약간의 우울함에 젖어 들어 있는데 그냥 J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아 전화나 걸어볼까 하고 핸드폰을 켰는데, 마침 J에게 카톡이 와있었고, 그 김에 전화를 해서 수다를 한참 떨었다. 내용은 다 별거 아닌 내용이었다. 우스갯소리며, 장난도 쳤다가, 회사에서 있었던 웃긴 이야기들, 요즘 유행하는 화장품, 요즘 해 먹는 음식.. 주제는 중구난방이었고 내 맘대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였지만, 그렇게 한 50여분 통화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내가 우울하다고 말한 것도 아니었고, 서로 그런 마음챙김류의 따듯한 말이 오간 것도 아닌데 통화가 아주 맛깔났다. 정말로 꿀맛 같은 전화통화.
예전엔 J와 하루에도 수없이 카톡이며 전화며 그때그때 (마치 뉴스속보처럼)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전달하느라 바빴었는데, 점점 그런 에너지가 사라지고 많은 일들이 무던해진다. 그래서 스스로도 그런 것들이 섭섭하긴 하지만, 대신 오래 묵혔다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면 꿀맛 같은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버티는 삶에서 이러한 꿀맛은 좀 더 버틸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