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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ism Jan 31. 2024

고양이와 츄르와 꼬리


냥집사라면 다 안다. 츄르가 어떤 존재인지. 재택을 하면 어김없이 3~4시 사이에 하염없이 우는 고양이들을 달래기 위해 (우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츄르때문이다.) 츄르를 꺼낸다. 꺼내는 소리가 뭔가 다른 건 어떻게 알까? 타원형 상자의 뚜껑을 만지는 소리만 듣고도 이미 흥분 그 자체다. 너무 귀엽다. 와다닥 달려든다. 진짜 와다닥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아무튼, 그렇게 주면 라테(고양이 1)는 꼬리를 2-3배 부푼다. 츄르를 줄 때마다 부푼 꼬리는 너무 귀엽고 웃긴데. 어떻게 이렇게 질리지도 않아할까 싶고, 매번 이렇게 극강으로 좋아하는 게 나에게도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 내가 부럽던 것은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덕, 성덕, 덕후들을 나는 동경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는 극강으로 좋아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나는 무언가 그토록 좋아했던 게 없었는데- 부럽다는 짧은 생각을 꼬리가 부푼 고양이들에게 츄르를 주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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