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가 자주 외치는 말은 ’중꺾도‘이다. 중요한 것을 꺾이지 않는 도시락이라는 뜻인데, 도시락을 ‘끈기’ 있게 싸 오기 위한 외침이다. (그놈의 끈기) 근 1년 넘게 싸고 있는 이 도시락은 도대체 왜 싸게 되었나 생각해 보면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 시작은 결혼하고서부터였다.
결혼을 하고 이것저것 집에서 해 먹는 재미있는 신혼이니 재료는 재료대로 사는데, 주말만 반짝 먹으면 먹을 일이 없어진다는 거다. 그럼 또 음식들도 상하게 되고, 뭔가 안 좋은 사이클이 반복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재료를 사지 않아도 양가 부모님이 이것저것 싸주시거나 보내주시면 냉장고가 한가득이었고, 내 근심도 한가득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도시락은 꽤 오래 잘 싸고 있다. 나의 나름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물론, 도시락을 씻는 일도, 내일을 위해 도시락을 싸는 일도 귀찮기도 하지만 처음만 어렵지 매번 하다 보면 매일 해야 하는 일 같고 아무렇지 않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사 먹는 날에 만족도가 엄청나다. 맨날 사 먹기만 할 때는 사 먹는 음식들이 질리는 것도 있었는데, 요즘은 사 먹는 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역시 가끔 사 먹어야 더 맛있다.
아무튼 요즘은 운동을 하면서 식단을 하게 돼서 더 심플하고 뭘 쌀지 고민도 덜하게 되었다. 현미밥에 닭가슴살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 베리를 치면 되니까. 요즘은 할 일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놀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음식이 심플해지니 삶이 심플해져서 좋지만 또 단조롭기도 하고 뭐 그렇다. 아무튼 내가 퇴사할 동안까지는 도시락을 꾸준히 싸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