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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Jun 12. 2024

유럽 역사의 시작을 거닐다

로마의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

콜로세움은 로마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라 로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콜로세움에 들르게 된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이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예술품의 집산지라면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은 2,8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로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때문이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이 들르는 곳이라 예매는 필수인데 콜로세움 예매는 한 달 전에 온라인에서 열린다. 나는 4월 여행이라 3월에 예매했는데 오전표는 이미 매진이어서 오후 12시로 예약다. 예매표는 콜로세움 통합권으로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까지 포함이다.


로마 숙소 근처의 동네 카페

사월의 봄날 아침, 동생들과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는 바티칸 근처라서 콜로세움까지는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거리에서 아기자기한 동네 카페를 본 우리는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 했다. 날은 좋고 콜로세움 입장시간은 넉넉하고 야외 테이블은 한적했다.


여행지에서는 하루에도 두세 번씩 카페에 가게 되는데 로마에서는 매번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게 된다. 로마에서는 조그마한 에스프레소 잔에 반도 안 되는 양의 원액 커피가 담겨 나왔는데 설탕 한 봉지를 털어 넣어 한 모금 마시면 깊고 중후한 맛이 입 안을 맴돌았다.


그 맛에 한국에서 마시던 아메리카노는 까마득히 잊고 에스프레소만 찾은 거 같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의 원조인 나라답게 동네 카페든 관광지 카페든 어디서나 잊을 수 없을 만큼 맛이 좋았다.

로마의 콜로세움

지하철 콜로세오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면 바로 거대한 건축물 콜로세움이 눈앞에 보인다. 파란 하늘빛 아래 우뚝 선  건축물은 바라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웅장하고 놀라운 크기이다. 둘레 길이만 해도 527m, 높이가 48m, 긴 쪽의 길이가 188m로 한 바퀴 도는 데만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 압도적인 규모다.

고대 로마제국 시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명으로 로마 시민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서기 72년에 착공을 시작한 콜로세움은 80년 티투스 황제 때 완공되었다. 로마 제국은 정복지의 주요 도시에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을 만들었는데 로마의 콜로세움은 그 당시 가장 규모가 큰 경기장이었다.  


2년 전 스페인 여행 때도 타라고나에서 콜로세움을 본 적이 있는데 바닷가 근처에 만들어진 경기장은 타라고나의 운치를 담고  있었지만 로마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런 의미에서 로마의 콜로세움은 거대한 제국의 수도에 걸맞은 규모로 지어졌고 고대 로마 건축기술 얼마나 발달했는지 알 수 있는 척도라 생각다.

외형의 보존 상태는 긴 세월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어느 한쪽은 많이 부서지고 다른 쪽은 좀 덜 부서져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양새를 띠는데, 그것 또한 콜로세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입장 시간이 되어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건축물답게 높은 층고의 내부는 구멍 뚫린 벽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이천 년의 세월을 건너 고대 로마시대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콜로세움 내부 아치에서 바라본 로마 풍경

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내부는 부서진 돌들의 잔해로 가득한데 각각의 아치에서 바라보는 로마의 봄날 풍경은 평화롭고 찬란했다. 하지만 이곳은 검투사와 검투사가, 검투사와 맹수들이 혈투를 벌던 경기장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다치고, 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가혹한 곳이었다. 전쟁이 빈번했던 시대에 시민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콜로세움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시대를 대변는 것 같다.

로마의 콜로세움 내부

콜로세움 내부에서 바라본 경기장은 층마다 수십 개의 아치가 나란히 줄을 지어 서 있을 뿐 나머지는 돌무더기와 벽돌의 잔해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콜로세움은 뜯기고 부서진 흔적 그대로 이천여 년의 세월을 지키고 있었기에 그 거대하고 웅장한 폐허더미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이상한 감동이 일었다.


그건 아마도 오래된 시간이 주는 감동이고 오랜 세월 인간의 역사를 몸소 겪으며 견뎌왔을 건축물에 대한 애틋함일지도 모르겠다.

콜로세움 근처 식당에서 먹은 피자와 파스타

점심때가 지나 슬슬 배가 고파졌다. 콜로세움 도로 주변 식당은 야외 테이블까지 꽉 차서 골목길로 들어가 보았는데  거기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리가 있는 식당을 찾아 골목 깊이 들어가니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 파는 식당이 눈에 띄었다. 거기도 마찬가지로 웨이팅이 있었지만 금방 자리가 났고 성과 성의가 들어간 피자와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다. 

포로 로마노

배를 든든히 채우고 포로 로마노로 향했다. 포로 로마노는 콜로세움 맞은편에 있는데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이른바 그 시대의 핫플레이스였던 소다.

기둥  개로 남아있는 베스파시아누스 신전 사투르누스 신전, 티투스의 개선문과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개선문 등이 유명하다. 개선문은 모양이 보존된 채 남아있지만 대부분 유적들이 오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돌담과 기둥, 벽돌더미들로 남아있다.

포로 로마노에서 바라 본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에 꼭 와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서 콜로세움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로 로마노에 올라 바라보는 콜로세움은 오래된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범접하기 힘든 품위와 고풍스러움이 있었다. 더구나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한쪽이 떨어져 나간 콜로세움은 장관이었다.


포로 로마노에서 언덕을 올라가면 2,800년 전 탄생한 도시국가 로마의 기원인,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물루스의 전설이 깃든 팔라티노 언덕이다. 이후 고대 로마 황제들의 궁터였다는 팔라티노 언덕에는 지금, 화려했던 시절은 다 사라지고 무너진 벽돌담과 돌무더기들이 옛 영광을 대신하고 있다.

팔라티노 언덕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마는 지중해와 서유럽,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해 도시국가 로마 제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세계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서양사 시작의 흔적을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 그리고 콜로세움에서 볼 수 있었다.


나는 콜로세움의 관람석에 서서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경기를 떠올리고 포로 로마노의 부서진 기둥을 보면서 기도하기 위해 신전으로 향하는 로마인을 상상하고 팔라티노 언덕의 돌무더기들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래서 고대 유적지를 산책하며 이천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여행으로 인간의 역사와 문명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유럽 역사의 시작을 눈으로 보고 느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의미가 깊다는 생각을 하며 오후의 햇살이 저물어가는 팔라티노 언덕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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