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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Nov 11. 2022

기술자로서의 독립!
꿈은 이루어진다!(上)

기술자? 그게 뭐 별거라고. 이젠 시작하자. -3


2020년 노원구 공릉동 건영아파트 욕실 세팅




사장에게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습니다. 현장의 환경과 집주인이 원하는 것도 모두 달라요.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일에 대해 알아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다른 생각을 못했지만 사장과 공사를 몇 번 하면서 "내가 이런 공사를 맡았을 때는 나 혼자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자주 던졌습니다. 머릿속에는 "내가 독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고 고민했습니다. 


저는 2018년 8월 중순부터 9월까지 타일 학원을 다녔고, 10월에 사장을 만나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욕실 리모델링 공사는 한 현장당 보통 2~3일이고 길어야 5일이었습니다. 첫 공사는 제가 할 수 있는 작업이 거의 없어서 정리랑 청소, 사장 심부름만 했습니다. 그 뒤엔 욕실 철거를 배웠고, 다음은 변기와 세면대 설치 방법 등 도기 설치하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사장이 타일시공할 때는 타일 박스 개봉해서 사장이 작업하기 편하도록 준비하고, 압착 시멘트를 믹서기로 반죽하고, 타일 메지 넣었습니다. 이런 것들도 방법과 순서가 있어서 잘 배워야 합니다. 현장 청소와 정리는 제가 합니다. 그다음은 타일을 사장이 원하는 사이즈로 타일 커터기나 그라인더로 커팅해 주는 타일 조공 역할을 했습니다. 

현장 경험이 조금 더 쌓이자 타일 함빠(온장 그대로가 아닌 잘라 붙여야 하는 타일)를 붙여 볼 수 있었습니다. 돔천장 설치는 실수하면 안 되기 때문에 사장이 저에게 맡기지는 않아서 직접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일을 배울 때는 사장이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매번 '대단하다'감탄이 나왔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하며 부러워했습니다. 사장은 작업 속도도 빠르고 일을 잘합니다. 

몇 달이 지나자 욕실리모델링 공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낌이 왔고 복잡하지 않은 공정은 저 혼자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장은 재료 구매, 집주인 상담 등 볼일 보러 가고, 저에게 욕실 철거 등 한 공정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사장 없이 혼자 욕실 철거작업을 마쳤을 때,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해냈다는 것에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타일 작업할 분량이 많은 현장에는 사장이 타일시공 기술자를 부릅니다. 사장은 네이버 인기통 카페(인테리어 기술자 통합모임)에서 검색하여 섭외했고, 처음 만났던 곳이 마포구 공덕동 현장이었습니다. 타일 박팀장은 열정이 있고,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일도 꼼꼼하게 잘해요. 현재는 제가 리모델링할 때 불러 타일 시공을 맡기면 깔끔하게 작업해 놓습니다. 타일에 대한 것들은 박팀장의 데모도(보조)를 해 주면서 많이 배웠고, 박 팀장도 가끔 도우미가 필요할 때 제가 가서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일 시공에 관한 팁들을 많이 알게 되었죠.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박팀장에게 전화해서 물어봤고, 고맙게도 제가 궁금한 것들을 귀찮아하지 않고 잘 알려주었습니다. 


사장에게 욕실리모델링 기술을 배운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그동안 사장과 같이 공사를 한 것은 열 번도 안됩니다. 그래도 많은 것들을 경험했고, 자신감을 얻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는  사장 눈치 보여서 현장 사진은 거의 못 찍었고, 블로그도 안 할 때라 굳이 찍어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면 사장과 작업하지 않는 날에는 뭐 했냐고요? 앞 글에서 말씀드렸듯, 

인력사무소에 가서 일당 받으며 노가다 했고, 동네 한옥 공사하는 분 따라다니면서 벽돌 나르고, 정화조 자리 땅 파고, 폐기물 처리하는 막일을 했죠. 힘들었지만, 그때 체력을 많이 길렀습니다. 삼청동에 제 친구가 카페를 오픈하려고 인테리어 공사할 때, 그 친구가 소개해주어 인테리어 사장님께 일당 받으며 보조도 했습니다. 벽면 고벽돌 작업, 벽과 천장 페인트, 간판 작업을 보조했습니다. 욕실 리모델링과는 또 다른 배울 점들이 많았습니다. 재료, 공구, 시공 팁들이 기술자마다 달라서 배울 수 있는 현장이 있다면, 무엇이든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의 삼청동 까페공사 도우미 역할

고등학교 후배의 소개로 영등포구 대림동 아파트 공사현장 방수팀에 들어가 두 달 넘게 노가다 했습니다. 방수작업은 근력이 많이 필요한 일은 아니어서 방수팀에 어르신들이 많은 가 봅니다. 60대, 70대 할아버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방수 작업하기 전 밑 작업하고(바닥 또는 벽에 튀어나온 돌기들을 망치나 정으로 매끄럽게 정리하는 것), 방수포 깔고, 방수제 칠하고, 우레탄 작업하는 단순 작업입니다.  


점심시간에는 밥을 빨리 먹고, 휴게실에서 잠깐 오침을 하는 것이 꿀맛이었습니다. 휴게실이라고 해봤자, 아파트 지하층의 시멘트 거친 옹벽 구석에 난방되는 침상이 깔려 있어요.(이렇게 글을 쓸 줄 알았으면 사진도 좀 찍어 놓을 걸 하고 후회합니다) 침상이 좁아 누울 자리가 부족해 밥을 빨리 먹고 와서, 옆으로 누워 잠깐 눈을 붙입니다. 밥을 늦게 먹고 오면 자리가 없어요. 모습은 난민캠프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기술자로서 홀로서기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1. 내 명함에 새길 상호명을 정하자.

내 상호명은 뭐라고 할까? 자기 전에 항상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이었죠. 고민은 아니고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 '내가 기술자로 독립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나를 기분 좋게 했습니다. 내 상호명은 자주 들을 이름인데 아무렇게나 지을 수는 없잖아요. 우선 부르기 쉽고, 어감이 부드러우면서, 좋은 의미를 내포한 이름이어야 했습니다. 계속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날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이너바스'입니다. 영어로 하면 In a Bath로 '욕실 안에서'라는 뜻이고, 인어공주의 욕실을 연상케 하는 이너바스입니다. 그래서 제 명함에 인어 그림이 있는 것이랍니다. '인어바스' 보다는 소리 나는 대로 해야 부르기 쉬워집니다. '이너바스' 어감도 부드럽고,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쉽고, 좋은 의미도 있죠. 그래! 이거야~ 빙고!!! 이렇게 좋은 이름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는 않을까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 상호를 쓰는 업체나 기술자분은 없었습니다. 다행이었죠. 이젠 상호명은 정했습니다.



2. 작업차를 마련하자.

독립을 하려면 작업용 차량이 있어야 합니다. 배낭 메고 대중교통으로 현장을 오갈 수는 없잖아요. 차를 가지고 있다면 활용하면 됩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차가 있는데, 작업차를 또 구매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커지잖아요.

저는 2015년에 새 차로 구매한 올 뉴 쏘렌토 차량이 있었습니다. 회사 다니고 있을 때 구매했어요. 아들도 점점 크고 있고, 고물 중고차만 타다가 새 차를 타고 싶은 마음에 큰 마음먹고 구매했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 작업용 차인 쏘랭이

제가 일 배우기 전에는 이 차로 회사 출퇴근한 것도 아니고, 가족끼리 놀러 갈 때만 깨끗하게 타고 다녔습니다. 이 차를 많이 아끼지만 차를 한대 더 구매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차를 바꾸거나, 한대 더 구매하자니 돈도 문제지만 주차할 곳이 없어요. 아깝지만 제 차를 사용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 작업차의 트렁크 모습

어떻게 하면 차를 가족을 위해서도 사용하고, 작업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방법입니다. 차 뒷열 시트를 접고 그 위에 장판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공구박스와 부재료를 넣고 작업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욕실 1칸 세팅할 양변기, 세면대, 각종 액세서리와 부자재를 구매하여 넣을 공간은 충분히 나온답니다. 욕실공사 폐기물도 이 차로 실어 버리고 있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 작업차에 폐기물 싣고 폐기물 처리장으로~

폐기물을 넣으면 1톤 트럭만큼은 아니지만 꽤 많이 들어갑니다.


좋은 점은 차량 내 스피커가 좋아 음악을 신나게 들으며 다닐 수 있고, 트럭이 아니기 때문에 협소한 공간이나 층고가 낮은 곳에도 주차가 가능합니다.(1톤 트럭일 경우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2023년 신촌현장 기계식 주차

트럭들은 기계식 주차가 안되지만, SUV 쏘렌토는 가능합니다. 여기에 주차한 후 작업하고 나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외출하거나 여행을 가야할 경우에는 장판을 걷고, 공구랑 연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면 됩니다. 그리고 청소하면 됩니다. 먼지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깔끔해집니다. 

작업용 차량을 구매해야 한다면 중고차로 뒷열 시트는 접을 수 있는 SUV 차량 추천합니다. 아니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그 기술분야의 장비와 연장, 부재료 모두 싣고 다닐 수 있는 차량이 필요합니다. 한번 구매한 차량은 다시 바꾸기 어려우니 잘 고민해 보고 결정하세요.


저는 작업을 위한 차도 있지만, 바이크도 있습니다. 바이크가 있었기에 인력사무소 막일도 편하게 나갈 수 있었고, 사장에게 기술을 배우러 현장을 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면, 이른 새벽 인력사무소에 가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제 바이크는 제가 기술을 배우고, 기술자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이너바스 이실장 바이크 엔맥스

제가 욕실 리모델링 상담 요청이 오면 서울 지역까지는 바이크를 이용해서 가고 있습니다. 차보다 빠르게 갈 수 있고, 주차공간 걱정 안 해도 되고, 바람맞으면서 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바이크의 장점은 활동 반경을 넓혀줍니다. 걸어가기에는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번거로운 곳들이 많아요. 그런 곳들을 부담 없이 바이크를 이용하여 갈 수가 있습니다. 귀찮아서 갈 생각이 없었던 곳도 바이크를 타고 갑니다. 제가 부지런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멋진 친구입니다.



3. 자신의 공구와 부자재를 보관할 곳을 마련하자.

자신의 작업차에는 항상 필요한 연장과 공구, 그리고 제품을 넣고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공구와 연장을 차에 모두 넣고 다니면 차량 연비도 안 좋아질 뿐만 아니라, 공간도 많이 차지해서 제품과 필요한 장비를 모두 넣을 수 없습니다. 차 내부가 복잡해져서, 필요한 것들을 찾기 힘들어져요. 그래서 작업차와는 별도로 공구나 부재료를 보관할 곳이 필요합니다. 여유가 되면, 조그마한 창고나 사무실을 얻으면 되는데, 절약하려면 어떻게든 만들어야죠.

저는 우리집 베란다를 활용했습니다. 창고를 임대하면 비용이 많이 지출됩니다. 우선 베란다를 이용하고, 수입이 좋아지면 창고나 사무실을 얻으면 됩니다. 위 사진처럼 선반이 들어갈 사이즈를 파악한 후 무볼트 앵글 구매하면 쉽게 조립하여 물품들을 정리해 놓을 수 있습니다. 구매는 인터넷 주문이나, 앵글 가게 가서 맞추면 됩니다. 



4. 혼자 작업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공구와 연장을 구매하자.

사장님과 작업을 같이 하면서 필수 공구들을 구매했다면 이젠 나머지 필요한 공구들을 모두 구매해야 할 때입니다. 사장님이 어떤 공구와 연장과 부재료를 가지고 다니는지 파악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새로 나온 공구들도 있어요. 공구 회사들이 기술자가 편리해지고 퀄리티를 높여주는 공구를 계속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사장님 것보다 업그레이드된 공구로 구매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공구나 생활용품, 식료품을 구매할 때 가성비를 많이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저렴한 것만 구매하는 것은 아니에요. 가격이 높더라도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고 품질이 좋으면 구매하고, 저렴하더라도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얼마 사용 못하면 구매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제품이 아닌, 당신이 작업할때 필요하고, 편하게 쓸 수 있고, 퀄리티를 올려줄 제품으로 구매하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제품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고민하고 방법을 생각하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공간과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른 기술자는 어떻게 준비하고 활용하는지 관심 있게 찾아보세요. 


"성공은 나의 만족이 99%, 타인의 부러움이 1%로 이루어졌다."

[이너바스 이실장 명언-8]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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