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로서 홀로서기-5
2019년 가을이었습니다. 저도 독립하여, 블로그를 통해서 문의와 요청이 오고, 을지로 타일도기매장 백송세라믹 사장님도 저를 신뢰하셔서 일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젠 혼자서도 잘해요!" 하며 일하러 다녔고, 고급 제품과 새로 나온 제품도 설치하면서 경험을 쌓아 가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에 사업하러 갔던 사장이 3개월 만에 돌아왔습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상황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귀국했다고 합니다. 욕실리모델링 공사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잘된 일일까요? 아닐까요?
강북구 삼양동 현장에 공사하기로 한 후, 나를 부릅니다. 주방타일 시공하라고 합니다. 제 차에 장비를 싣고 타일작업하러 갔습니다. 저는 주방타일 시공하고, 사장은 욕실 타일시공 합니다. 주방타일은 어렵지 않게 점심때쯤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점심을 먹고, 사장은 아직 욕실 타일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제가 보조해 주었습니다. 다행히 해지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장이 타일마감한 상태를 확인해 보니, 제 마음에 들지 않네요. 기존 욕실 벽상태가 안 좋았던 건지, 그동안 일을 안 해서 시공 퀄리티가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저의 기술적 눈높이가 늘어난 건가? 셋 중 하나였습니다. 셋 다인가?
공사가 마무리되고, 사장이 저에게 일당을 주는데 꼴랑 8만원 주네요. "그전처럼 5만원 보다 더 챙겨줘서 고맙다"라고 해야 하는 건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옵니다. 제가 장비 가져가서 하루 종일 작업했는데, 적어도 용역 도우미 하루 일당 13만원은 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죠. 사장은 아직도 저를 도우미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장은 나를 아직도 기술자로 인정하지 않는구나!" 낮은 일당보다 사장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이 더 서운했습니다.
사장에게 불만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현장이 잡혀 사장이 저를 부르면, 기술자 일당을 확답받고 일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기술자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은 고마웠지만, 잡부 일당도 안 되는 수고비를 받으며 사장과 일을 계속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나도 이제 기술자야!"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뒤 다음 현장이 잡혔다고 수원으로 오라고 합니다.
사 장 : 수원에 일 잡혔다. 준비해!
이너바스 이실장 : 머 하는 건데?
사 장 : 아는 사람 교회인데, 화장실 타일 작업할 거야.
이너바스 이실장 : 언젠데?
사 장 : xx일부터 3일
이너바스 이실장 : 그래? 내가 그날 다른 일이 잡혀 있는데, 다른 날로 미룰 수 있는지 물어보고 전화 다시 줄게. 그런데 이번에 수원 가면 일당 얼마 줄 거냐?
사 장 : 얼마 받고 싶은데?
이너바스 이실장 : 다른 기술자 받는 만큼.
사 장 : 그냥 니 일 해! (뚝!)
사장은 왜 화가 났을까요? 저에게 기술을 가르쳐 줬으니, 앞으로도 쭈~욱 저렴하게 부려먹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짜증이 났을까요? 아니면 제가 5만원짜리 기술자 보조 실력 밖에 안되는데, 다른 기술자만큼 시공비를 달라고 하니, 어이없고 화가 났을까요?
저는 사장과 협업하면서 사장이 맡긴 일도 제 값 받고 일하고, 제가 맡은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은 사장을 불러 같이 하기를 바랐지만,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사장은 아직도 저를 도우미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저도 사장을 제 현장으로 불러 일을 맡기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느꼈습니다. 일당 주는 사장과 기술을 배우는 작업자의 관계가 한번 정해지면, 그 위치가 다시 바뀌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장과 진짜로 '바이바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사장에게 다시 연락은 안 했지만, 사장 소식은 타일 박팀장을 통해 가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장에게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저를 데리고 다니며 기술을 알려주고,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사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성격상 도우미를 데리고 다니며 일을 맡기지 못합니다. 물론 도우미가 있으면 제 몸도 편해지고 작업도 수월해집니다. 제가 도우미를 부르지 않고 혼자 작업하는 이유는 도우미들이 자기 일처럼 깔끔하게 해 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느낌이 있어요.(사장도 나에게 그런 느낌이었을까?) 제가 많이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작업하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사장이 수원 현장에 작업하러 오라고 한 날, 저는 욕실공사 하려는 집주인과 상담 약속이 잡혀 있었습니다.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상담 날짜를 바꿀 수도 있었지만, 사장과 같이 일을 계속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장에 대한 생각을 접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집주인과 욕실공사 상담을 하기 위해 현장으로 갔습니다.
집주인과 공사 상담 시 주의할 점과 준비할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주인과 상담 장소는 공사할 현장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이 어떤 상태인지 당신이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집주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현장에 맞는 제품은 어떤 것인지, 어떤 부재료가 필요한지, 시공상 난해한 점은 없는지, 현장을 보며 상담해야 합니다.
공사를 서둘러 준비하고, 작업을 급하게 서두르면 실수하거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칠 수도 있어요. 공사기간 안에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사를 하면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는 자주 발생합니다. 변수 때문에 공사비용이 더 들어가고,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공사기간을 여유 있게 결정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급하게 시공을 원하거나 공사기간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쉽더라도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집주인에게 상담하러 오기 전에, 원하는 스타일의 제품을 생각해 놓거나, 인터넷에서 찾아 캡처해 오라고 말합니다. 집주인이 아무 생각 없이 상담하게 되면, 즉흥적으로 제품을 선택하고 상담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나중에 제품과 디자인을 바꾸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집주인과 상담하러 갈 때 명함, 제품 카탈로그, 다이어리, 줄자,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준비해 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도 챙겨 가야죠. 그것은 바로 '친절함'입니다.
저는 현장에 가면 꼼곰하게 확인합니다. 물은 잘 나오고 내려가는지, 전체적인 수압은 적정한지, 누수는 없는지, 다른 문제 되는 것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집주인과 같이 있을 때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공사하기 전에 조치할 수 있도록 알려줍니다.
나중에 욕실 공사가 끝나고, 문제가 발생하면 공사업체가 책임져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합니다. 현장 사진도 많이 찍어 놓아야 견적서 작성하고 머릿속으로 공사 시뮬레이션 할 때 찍어 놓은 사진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현장이 아파트라면 공사 시작시간과 마감하는 시간이 있고, 공사차량이 진입 가능한 시간이 별도로 있을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아파트도 있어요. 이 외에도 특별한 규정이 있을 수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합니다.
주택이나 빌딩은 현장에 주차할 곳이 있는지, 없으면 어디에 주차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집주인과 상담하고 현장을 확인한 후, 필요한 재료와 장비, 공사 절차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봅니다.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