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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Jan 05. 2023

기술자라면
자존감은 높이고, 자만심은 버려야!

기술자로서 홀로서기-6


2021년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 3단지 욕실세팅




우리집 욕실과 친구 장모님댁 욕실공사를 잘 마감하다 보니, 저는 자신감으로 꽉 차있었습니다. 기술을 배운 지 1년도 안된 제가 기술자로 독립하여 현장마다 문제를 해결하고, 공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다시 이직할 생각 접고, 기술자를 선택하기 정말 잘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기술을 배웠어야 했는데!"


제가 회사를 다녔던 15년 동안은 성취감도 없었으며,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이상(잦은 두드러기)도 생겼었습니다. 기술자가 된 후에는 제가 작업한 부분에 대해 집주인들도 만족하고, 칭찬도 해주다 보니 하루하루가 즐겁고 보람 있었습니다. 몸의 이상 증세도 없어졌어요.

이럴 때 조심해야 합니다. 제가 모든 일들을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현장 상황이 나쁘지 않은 데다, 큰 변수가 생기지 않다 보니 무난하게 마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운도 따랐어요. 제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 저의 자신감은 커져 있었습니다. 자신감에 취하는 것도 과도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마음이 들었을 때,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앞 글의 지인을 통하지 않은 첫 공사인 남양주 퇴계원을 공사하기 전 일입니다. 이너바스 이실장의 세 번째 욕실 리모델링 사례예요. (첫 번째가 우리집, 두 번째가 친구 장모님 댁 욕실)

친구가 우리집 욕실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것을 보고, 자기네 집 욕실도 리모델링해 달라고 합니다. 대신 조건은 '견적은 저렴하게, 그리고 나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제 실력을 믿어 주었고, 꼼꼼하게 신경 써서 잘해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아파트 욕실 2칸! 공사기간은 5일입니다. 공사하는 동안 가족들은 시골에 내려갔다 온다고 합니다. 5일이면 혼자서 충분히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공사를 해서는 안되었습니다. 


공사 전날 오후에 타일과 제품, 부자재들이 강북구 번동 친구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친구가 제품 나르는 일을 도와주었어요. 매번 무거운 타일과 도기를 혼자 옮겼는데, 친구와 둘이 하니 수월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이 친구와 술도 자주 먹었고, 마음도 잘 맞아 자주 연락하는 친구입니다. 


시공 당일입니다. 거실과 안방, 주방에 커버링테이프로 보양하고, 욕실 제품을 철거했습니다. 그리고 타일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문은 사각이 아닌 둥근 윈도우 모양입니다. 둥글게 타일을 커팅해아 하는데 처음해 보는 작업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벽타일을 깔끔하게 붙였습니다.

바닥타일도 구배를 잘 맞춰서 물도 잘 내려갈 것입니다.

돔천장과 환풍기도 잘 달았죠. 


문제는 메지였습니다. 벽과 바닥타일이 맞닿은 틈에 물이 고여 있지 않도록 메지를 두껍게 해서 아로지게 했습니다. 일부러요. 새로운 시도이긴 했지만, 이렇게 하면 물이 틈에 고이지 않게 되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지저분하게 보입니다. 타일 메지가 마르지 않았을 때는 깔끔하게 보였지만, 마른 후에 보니 지저분해 보입니다. 실리콘은 왜 이렇게 두껍게 들어갔는지(실로콘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잘못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타일 메지를 빼면, 나머지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타일 메지를 잘못한 것이 지금도 제 마음 한구석에 큰 아쉬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친구네 집에 가끔 놀러 가서 욕실을 볼 때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감이 많이 듭니다. 그런 시도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숨이 나옵니다.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한 후, 욕실 바닥타일은 나중에 다시 해주기로 했습니다. 


욕실 공사를 하면서 먼지가 많이 났습니다. 타일을 갈고 자르면서, 천장재를 커팅하고 타공 하면서 먼지가 많이 났어요. 욕실 타일 공사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실 주변에만 먼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타일을 갈아내고, 시멘트를 믹스하면서 바닥에 흘려놓은 먼지들이 신발에 묻어 돌아다니고, 창문 열어 놓으면 바람에 날립니다. 타일 그라인더 작업을 거실이 아닌 베란다에서 해도, 먼지가 온 집안에 퍼질 수밖에 없어요. 커버링테이프로 보양을 잘해도 벽과 천장의 벽지, 커튼, 침대에 먼지들이 뿌옇게 앉습니다. 나중에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흙먼지가 주방 구석구석과 싱크대장 안까지 쌓여서 와이프가 한소리 했다고 합니다. 다시 또 미안해집니다.


욕실 두 칸을 혼자 공사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손도 저려옵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 마음도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죠. 그 많은 것을 혼자 할 생각을 하다니!


아직 기술이 익숙하지 않아 작업시간도 많이 걸렸고, 중간에 치우고 정리하는 것도 제가 직접해야 했습니다. 빈집이 아닌 생활하는 집이라 물건들도 많았고, 조심해야 할 것들도 있었죠.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서 "이 정도면 됐어!"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저를 믿고 맡겨준 친구 집이라 대충 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음 공사부터는 혼자 무리하게 공사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생활하는 집 공사는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자로 독립한 지 1년이 안되었다면 아직 입문자입니다. 자만심을 가지고 큰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납니다. 자신의 기술을 너무 믿지 말고, 자신이 해왔던 기술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세요. 무리하게 일을 맡아하다가는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고, 집주인에게도 큰 피해를 줄 것입니다.  



기술자로서 많은 경험이 없다면 주의할 것들이 있습니다. 



1. 까다로운 집주인은 피해야 한다.

기술자로 독립하여 경험이 많지 않을 때는 예민하고 민감한 집주인은 피해야 합니다. 당신이 자신감을 가지고 완벽하게 공사했다고 해도, 예민하고 민감한 집주인은 미흡한 부분을 기어코 찾아내어 컴플레인(불만족하여 제기하는 불평)을 제기합니다. 잘 안 보이는 세밀한 부분까지 찾아냅니다.

제가 한 공사는 아니었지만, 도배나 필름의 보이지 않는 조그마한 기포 하나까지도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경우도 여러 번 봤습니다. 기술자가 완벽하게 마감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100% 완벽할 수는 없어요. 제품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기술자의 결과물이 눈에 띄게 미흡할 경우 조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도를 넘어 100% 완벽한 퀄리티를 요구하는 집주인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100% 완벽한 제품이나 퀄리티는 없습니다. 집주인의 민감도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통화하다 보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2. 집주인이 어려운 시공을 원할 경우 "OK" 하지 마세요.

당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복잡하고 어려운 공사를 집주인이 원할 경우 생각 없이 "OK" 하지 마세요. 공사진행 순서와 방법이 당신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는 다면 공사를 맡으면 안 됩니다. '하던 대로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이 공사도 하다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공사는 한번 잘 못해 놓으면, 다시 재공사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집주인에게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주게 됩니다. 당신에게도 막대한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도 있어요.

고급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가며 많은 기술 경험을 쌓아 가다 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공사도 할 수 있는 고급 기술자가 됩니다. 당신이 하기 어려운 작업을 집주인이 요청한다면 정중하게 거절하세요



3. 기술자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다릅니다. 나 자신의 경험을 생각했을 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신감이고, 경험을 무시하고 자기 기술을 과대평가하여 할 수 없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만심입니다. 기술자는 자기 자신의 기술 수준을 알아야 합니다. 자만심은 사고를 불러올 뿐입니다. 

집주인은 문제없이 공사가 잘 마감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당신에게 공사를 맡겼습니다. 자만심으로 가득 찬 당신이 할 수 없는 공사를 하게 되면 집주인의 생각과 다르게 문제없이 마감할 수 없습니다. 공사를 마무리하고, 문제가 발생하여 다시 공사를 하게 되면 기술자에게도, 집주인에게도 모두에게 힘든 일입니다. 



4. 집에서 먼 거리의 현장은 피해라.

장시간을 운전하여 현장에 도착하고, 다시 현장을 벗어나 집으로 오는 것도 '일'입니다. 현장까지 2시간 이상의 장거리 운행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이 멀어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 몸이 지쳐 머리 회전도 느려지고 집중해 일을 하기 힘들어요. 퀄리티도 떨어지고, 부상을 당하거나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졸음운전할 수도 있어요.

거리가 멀면, 나중에 AS 하러 가는 것도 부담이 됩니다.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멀지 않은 곳에서도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습니다.  




"단단한 자부심은 깨지기 쉽고, 그 파편으로 인한 상처는 깊다."

[이너바스 이실장 명언-16]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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