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시공 깨알팁 - 4
제가 욕실 제품 교체 하러 요청한 집에 방문하면 여러 가지 유형의 집주인이 있습니다. 집주인의 성향에 따라 작업하기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여 작업을 서둘러 끝내고 싶은 곳도 있습니다. 집주인이라면 자신은 어떤 유형인지 생각해 보세요.
이 분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현관문 열어주시고, 작업해야 할 것들을 알려줍니다. 기술자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만 해 주시고,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옵니다. 집주인이 집을 잠시 비우는 경우도 있어요. 살람살이가 있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집을 잠시라도 비우면 제가 이상하게(?) 부담이 됩니다. 기술자가 있는 동안은 집을 비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성향의 분들은 기술자가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마무리할 때까지 작업공간 옆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제 손동작 하나하나 자세하게 지켜봅니다. 기술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기술자가 제대로 일을 잘하는지, 혹시 문제를 만들지는 않을지 의심스럽죠. 작업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나중에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계속 쳐다보는 집주인들이 되려 민망해할까 봐 제가 계속 말로 설명해 드리면서 작업합니다.
"변기 정심에 이렇게 전기테이프를 감으면 완전 밀폐가 돼서 물이 새지 않고 냄새도 안 납니다."
"여기 수평대 보시면 세면대 수평 정확히 맞죠?"
"여길 이렇게 꽈악~ 조여야 물이 안 샙니다. 너무 힘껏 조이면 금가고 깨져서 물새요"
제가 일할 때는 계속 지켜봐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술자분들은 부담스러워해요,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기술자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분입니다. 이 분들은 뭔가를 도와주려고 계속 물어보십니다.
"제가 뭐 도와드릴 건 없나요?"
"뭐 필요한 건 없으세요?"
"이거 같이 들어드릴까요?"
"이 빈 박스 치워드리면 되죠?"
기술자가 도우미형 집주인을 만나면 도와주려는 마음만으로도 기술자들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는 마음으로만 받습니다. 하지만 너무 배려하려고 하지 마세요. 기술자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한테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제가 옆에서 작업하고 있으면 끊임없이 말합니다. 자기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자식들은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기타 등등 작업 끝날 때까지 말합니다.
이런 분들도 저는 괜찮습니다. 심심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기술자는 집중이 안 돼서 싫어할 수도 있어요. 평상시 외롭고 들어주는 사람 없어서 많은 말을 하고 싶겠지만, 말을 너무 많이 하면 기술자가 힘들어합니다.
제일 안 좋은 유형입니다. 항상 불만이 가득해요.
"아 글쎄, 사람 불렀더니 이걸 이렇게 해놓고 갔다니깐~"
"지금 정부는 집값만 올려놓고 세금 많이 내라고 하고, 이 정권 문제 있어"
"요즘 젊은 애들이 문제야~"
시공하는 내내 전 시공자의 작업한 내용부터 정치 사회적인 문제까지 계속 투덜투덜하는 분들 있습니다. 누구든지 옆에서 이런 불만 섞인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받습니다.
집주인들은 필요시 기술자에게 서비스를 요청합니다. 기술자가 방문했을 때,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을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고급정보입니다.
기술자를 부를 때 호칭은 사장님, 실장님, 팀장님이 좋습니다. 저는 실장님이 좋아요. 명함에 '실장'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명함 먼저 받으면 명함에 쓰여있는 직함을 불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기사님"이라는 호칭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술자는 제품을 교체하는 이유를 알아야 어떤 부분을 더 신경 써서 작업해야 할지 참고합니다.
"욕실에서 냄새가 나는데 변기 주변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아요"
"양변기 물이 답답하게 내려가고, 가끔 부유물이 떠요"
기술자가 작업하다 보면 목이 마르는 경우가 많아요. 집주인이 찬물 한잔 주면 감사해합니다. 물 한잔으로 집주인이 기술자를 배려하고 있다는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기술자에게 물 한잔 주면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세요.
기술자가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작업하는 것은 아닌지 가끔 살펴봐야 합니다. 혹시라도 그런 경우가 있다면 직접 물어보세요. 기술자가 현장을 떠나고 나면, 집주인의 마음 한 곳에 찜찜함이 남을 수 있습니다.
기술자는 공구나 연장도 다양하게 가지고 다닙니다. 기술적 센스도 남다르기 때문에 해당 분야가 아니더라도 불편한 곳을 조치해 줄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직접 조치하기 힘든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집에 공구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죠. 마침 '기술자가 왔을 때 기회도 왔다'라고 생각하며 부탁해 보세요.
"실장님 여기 실리콘 좀 쏴줄 수 있나요?"
"실장님 베란다 빨래걸이가 문제가 있는데, 손봐줄 수 있나요?"
이렇게 물어보세요. 물어볼 때, 커피 한잔이나 음료수 주면서 물어보면 기술자의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확률이 올라갑니다. 기술자가 기분이 좋아져 손봐야 할 부분을 무료로 조치해 줄 수 있습니다.
기술자가 집에 오면 최대한 이용해 보세요.
어린이들이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칭찬을 받으면 더 칭찬을 받으려고 예쁜 짓을 더 많이 합니다. 기술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자는 미취학 아동처럼 칭찬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타일이 전문이신가 봐요. 너무 예쁩니다!"
"기술자라 역시 틀리네요!"
"실장님은 깔끔하고 꼼꼼하게 잘하시네요!"
"잘 고쳐 주셔서 이제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네요!"
기술자는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시공을 잘해야겠지만, 집주인도 표현을 해야 합니다. 이런 말 한마디가 기술자에게 시공비를 더 보태주시는 것보다 훨씬 기술자의 기분을 좋게 합니다.
칭찬에 인색한 분들도 많아요. '기술자에게 시공비를 줬으니, 문제없이 깔끔하게 하고 가는 게 당연한 거지'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도 많습니다. 기술자는 집주인의 칭찬 한마디에 다시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더 신경 써서 잘해줄 것입니다.
중간에 물 한잔 건네면서 칭찬해 주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써서 깔끔하게 해 줍니다. 문제는 항상 눈이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발생합니다. 만약 기술자에게 툴툴거리고, 하대하거나, 막대하면 나중에 문제 생기도록 작업하고 가는 악독한 기술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기술자의 기술에 대해 폄하하면, 기술자는 분노게이지가 상승하고, 상처를 받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기술자는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칭찬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처럼 칭찬 많이 해주면, 집주인에게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