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
학교에서 근무하는 특성상, 학교내에 보건선생님이 계신다. 50대 중반의 여성이신 보건선생님은 언제나 따듯하시다. 직업의 특성때문일까.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있으니,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고. 아무튼 우리학교 보건선생님은 최고시다. 깊은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고, 업무적으로만 만났을때의 판단이지만. 경험상 그 판단은 빗나간적은 별로 없었다. 오늘 일을 하다가 따듯한 믹스커피 한잔이 생각나서 보건선생님을 찾아갔다. 왜냐고? 항상 말씀하셨거든. 커피 한잔 하고 싶거나,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시라고. 보건실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그래서 갔다.
역시나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잘오셨다고. 거기 간식도 있다고 앉아서 천천히 드시라고. 커피 맛있게 타드리겠다고. 부담스럽다면 부담스러운 나이차이. 부담스럽다면 부담스러운 일적관계이다. 선생님과 행정실의 관계.
하지만 보건선생님한테만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그럴까.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 커피를 마시며 10분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당신의 자녀가 나보다 조금 어리고 또래다. 아들같아서 더 정이 간다고 하시고, 젊을 때 아이 키울때는 마냥 힘든거 같았는데 이제는 애들이 다 커서 보니 그때 그 시절이 좋았다고. 아이들은 다 커서 나가고 집에 있다보면 적적하시고 웃을 일이 잘 없다고 하셨다. 우리 엄마도 그런 느낌이실까. 다시 한번 생각.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이해 안되겠지만 사실이라고. 그 힘들게 아이를 키울때가 정말 그립다고.
이렇게 따듯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그리고 학교에대한 이야기와 삶에대한 이야기를 하실때는 한없이 냉정하셨다. "이러하다. 이러니까 그렇긴하다. 이런게 있지만 또 저런것도 있다."
말씀하시는 하나하나에 연륜이 묻어나셨고, 그 안에는 부드러움과 강함이 공존했다. 정말 멋지게 말씀을 하셨다. 나만의 느낌이니 본인은 모르시겠지만..
연륜이라는 힘을 확실하게 느낀 하루였다. 하루종일 회의와 미팅과 업무로 바빴지만, 그럴때마다 보건선생님이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계속 그 말씀들이 떠올랐다.
아무리 젊은사람이 철이 일찍들고, 생각이 깊다고 해도 그 연륜에서 나오는게 있다. 나이가 가장 큰 무기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따듯한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따듯한 마음을 얻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