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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May 14. 2016

흔들림

24살의 사춘기

남들보다 긴 수험생활을 끝내고 결국은 목표로 한 대학에 가지 못해서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 당시 스마트폰이란 것도 없어서 이미 대학에 간 친구들과는 멀어진 지 오래였고 재수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있었다. 누구는 한번만에도 잘 치는 수능을, 남들보다 비싼 학비 학원비 과외비 써가며 겨우 여기 왔다는 자책보다는, 나는 이미 남들보다 늦어버린 21살 새내기가 된다는게 두려웠다.


수험 생활을 같이 했던 학원 선생님이 거저 준 알바도 거절하고 외모를 꾸민다거나 옷을 산다거나, 그런 평범한 예비 새내기 기분을 낸 적 없이 무던한 모습 그대로 대학생이 되었다.


23살까지 진득하게 알바 한 번 해본적 없으며 한 거리고는 겨우 전공이 부끄럽지 않은 토익 점수와 취직에 필수라는 복수전공. 그때까지도 난 한번도 내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걸 피하는 쪽이었다.


24살이 되어서, 나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찌질하다고 생각했던 내 적성들이 결국은 내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모티브라는걸 깨달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밤을 새워 인터넷이며 책을 뒤져서라도 파고들고 싶은 일이 생겼다. 서툴게나마 그것을 따라가고 있는 지금

내 24살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은 무모할수도 있고 남들이 볼때는 별일 아닌걸로 호들갑이고 '진지병'에 걸려서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항상 내가 뒷전이였던 나에게, 한번쯤은 내 생각대로 할 자유를 주려고 한다. 이것 또한 서툰 것 뿐이겠지만 언젠간 내 20대에 녹아들 경험이고 추억인 것을 알기 때문에,


늦은 밤,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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