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못사는 것처럼 우리는 5년을 만났다.
군대 2년을 빼도, 우리는 20대 초반이란 나이에 3년을 만났다.
매일 만나는 것은 물론, 카톡 답장도 5분 내로 칼같이 하는 커플. 이런 커플도 헤어진다.
멀쩡하게 밥 잘 먹고 앉아있다가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갔다.
잠깐 만나자는 나의 말에, 다른 약속이 늦게 끝날 것 같다는 대답
나는 그래도 괜찮다며 꼭 오늘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은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으니 헤어지자고 했다.
상대방은 길에 서서 30분동안 화를 냈는지 소리를 질렀는지 그랬고
나는 4차선 도로 옆 인도에 서서 쌩쌩거리는 차 소리에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차라리 그게 더 나은 것 같았다.
이별이 하나도 속상하지 않았다.
내가 썅년짓을 해서 그럴까 처음엔 그런 생각도 해봤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내 마음은 차곡차곡 정리되고 있었고
그것은 상대가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할때 참 예쁜 표정을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부터였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단지 그것 때문이라고 나는 변명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