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한 Jan 10. 2023

4년 넘은 내 브런치를 리모델링하려는 이유

면접장이든 친구에게서든 심지어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께도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니는 좀 텐션이 떨어지는 편이 다이가, 나이답지 않게 ㅎㅎ"

성격이 조용하다는 말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텐션이 떨어진 사람 같다는 말. 그래서 하는 말마다 자신 없게 들리고 맥이 빠진다는 것이었다.


어쩌다 내가 이런 사람이 된 거지. 구직기간이 길어져서 그런가, 이 모든 걸 구직기간을 핑계로 대기에는 내가 너무 나약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내가 브런치에 썼던 글들만 봐도 죄다 넋두리와 한숨과 맥없음이 뭉친 것들이었다. 언젠가부터 힐링이라는 명목으로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글쓰기에 담아내고 있었고 어쩌면 읽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부턴 좀 긍정적인 마인드로, 뭐든 극복해낼 수 있다는 마인드로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내 글을 읽을 때, '그땐 그랬지, 힘들었지'가 아니라 '잘 이겨내고 있네'라는 생각이 드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마음을 먹고 나니 결과적으로 일주일이 넘게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사실 몇 개를 썼지만, 그것 또한 넋두리고 불안감으로 똘똘 뭉친 글이었기에, 새로운 마인드셋에 도움이 안 될 듯하여 지워버렸다. 어쩌면 새로 입사한 회사 생활에 정신없이 치여 일주일, 한 달이 넘게 글을 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잊고 있던 우울감을 꺼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일들로부터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성장들을 보면서 행복감이나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최근에 연락했던 친구는 코로나로 인해 직장에서 격리 기간을 가지는 중이라고 했다. '뇌를 빼놓고' 쉬는 동안에 밀렸던 잠도 보충하고 스마트폰도 거의 보지 않고 진정한 휴식의 기간을 가졌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해 생각도 해보면서 자신만을 위한 '수행'을 했다고도 했다. 실없는 농담이라 생각하며 ㅋㅋㅋ만 연발하는 답장을 했지만, 어쩌면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의 '쓸모'에만 몰두해있었던 것 같다. 세 번의 인턴과 두 번의 계약직, 그리고 2년이 넘는 구직 기간(=공백 기간)으로 인해 그다지 매력적인 지원자로 비치지는 않았을 테고, 정말 솔직하게 공백기간 동안 500개가 넘는 자기소개서를 썼다고 말했을 때 "그럼 개인적으로 역량이 딸린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서 자격지심은 내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예민함을 극대화시켰다. 별 것 아닌 말을 하루종일 곱씹는 버릇이 생겼고 하루 중에서 웃고 말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변화들은 글쓰기에서도 나타났다. 하루를 정리하면서 썼던 글들이 죄다 한숨으로 끝나버리니 내 글들도 쓸모가 없어져버렸다. 어느 순간부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그런 일기들이 빼곡한 브런치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 취업을 하고 주말에 침대에 누워 쉬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2년 간의 공백기동안 나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임을 보여주었고, 마침내 취업을 하게 되면서 나의 쓸모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그러니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결과보다는 과정과 끝을 보는 마음으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2년을 '공백'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관찰할 수 있었던 '수행'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수행 기간 동안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 기복을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서 나를 관찰하며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 내가 곱씹었던 말들을 생각하며, 앞으로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러니 나는 공백이라고 생각했던 기간 동안에도 조금은 성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 해동안 뒤죽박죽인 마음으로 썼던 글들을 읽어보며 재정비가 필요한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지만, 남들에게도 보이는 글인 만큼 적당한 선에서 솔직하고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언젠가 무기력이 찾아오거나 마음이 지쳐있다고 느낄 때, 적당한 휴식과 수행의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결코 공백이나 낭비가 아니다. 새롭게 시작할 당신을 위한 준비기간이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과연 나는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