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작고 크다 - 루시드 폴

노래하는 음유시인

by 지한

'미선이'라는 조금 독특한 이름의 그룹을 할 때는 정작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물고기마음', '사람이었네', '고등어', '국경의 밤'을 들으며 루시드폴의 음악을 전부 다운받아서 pmp에 인강보다 더 많이 넣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침 일곱 시부터 밤 열 두 시까지 잡혀있어야만 하는 학교 생활에 3년 내내 적응하지 못했던 나는 매번 겉도는 학생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싸고(가끔은 이마저도 생략했다. 어차피 집에서 5시간 자고 다음날 학교에 가 있을텐데, 뭐) 선생님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해서 닭장 같은 자습실을 몰래 나와서 음악을 듣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주눅 들 필요도 없는 일이겠지만 3년 내내 '문제아' 비슷한 낙인이 찍히다보니 날이 저물때 쯤 학교 강당 커튼 뒤 구석이나 가로등 불빛도 닿지 않는 운동장 구석, 지하 주차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음악을 들었다. 그 때 나에게 루시드 폴의 음악은은 큰 위로였고 무력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파도 소리였다.


그 때도 그랬듯이, 루시드 폴은 늘 괜찮다고, 모두가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라고 말한다. 원고지에 손으로 직접 쓴 가사와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으며 중간 중간에 사진이 실려 있는 것이 이 책의 대략적인 구성이다. 작가는 제주도에 내려가서 귤 농사를 지으며 갖게 된 생각들을 풀어내며 거기서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들과 작은 생명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친환경 농법을 시도하는 것도, 기타와 같은 나무 재질로 집을 지어서 노래하는 집을 만든 것도, 강아지의 밥을 직접 만들어서 주는 것도 모두 그런 마음에서 비롯한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이번 앨범이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곡이 많은 것처럼 수록된 글도 읽을수록 포근한 느낌이 든다.


책 내용 중, '은하철도의 밤' 가사

그 동안의 공백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앨범도 좋았다. 취향에 맞는 곡은 '¿볼레로를 출까요?', '폭풍의 언덕', '은하철도의 밤' 요 3곡이었는데, '폭풍언덕'은 루시드 폴이 인터뷰 중에 믹싱을 하는데 애를 많이 먹은 곡이라고 회상하면서 정말 지긋지긋한 곡이라고 했었다. 결과물은 그만큼 좋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전자 악기 사운드가 흥미로와서 매번 들을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고 그렇게 빠른 박자가 아닌데도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곡이다. 그리고 '은하철도의밤'은 처음에 듣자마자 확 끌리는 곡은 아니었는데 들을수록 머릿속에 멜로디 잔상이 남는다. 동화책 속의 밤하늘을 노래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곡인데 기타 선율이 아주 감미로운 곡이다.


지난 앨범은 홈쇼핑에서 감귤과 함께 팔아서 몇몇 연예인들이 나와서 홍보도 해주고 열심히 귤 먹는 장면 방송에 나간 걸로 기억한다. 다음 앨범에도 감귤과 앨범을 같이 팔면 꼭 사야겠다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이번 앨범은 그러질 않았구나 싶기도 했다. '안녕'에서 노래했듯이, 그렇게 살아온 2년의시간에 키우고 가꾼 노래를 거두어 우리를 만나러 온 그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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