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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r 12. 2023

검정고무신 1

나는 살아 있다. 

오늘 검정고무신 만화의 작가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봤다.

나의 상황을 잘 아는 친구가 카톡으로 기사를 보내왔다. 


그의 나이 52세. 아내와 자식이 있는 가장이다.

그와 나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가 이룬 업적은 가공할 만하다. 

검정고무신은 만화를 넘어 애니메이션, 뮤지컬, 장편영화로 만들어졌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월트디즈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나는 누구보다 그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른다. 

난 살기 위해 글을 접었다. 

난 살기 위해 공장에 갔다. 


나는 살아 있다. 

많이 힘들고, 아팠지만 살아있다. 

다 뺏기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살아 있다. 

더러운 세상이라며 욕하며 술 마시고 약 먹지만, 살아 있다. 

더 이상 보지도 쓰지도 않지만, 살아 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빚을 갚아야 한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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