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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r 13. 2024

결혼지옥

오은영 리포트

보통의 경우, 난 tv를 잘 보지 않는다. 

드라마를 좋아하지도 않고, 쇼프로도 별 재미를 못 느낀다.

거의 같은 인물(개그맨, 사회자)이 2중3중으로 출연한다.

너무 크게 웃는 것도 거슬린다. 

하지만 이 프로는 본방사수는 못해도 채널을 돌리다 나오면 보는 편이다. 


우선, 캐릭터들이 현실감 있다.

당연한 게, 본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색하거나, 작위적인 장면이 거의 없다. 

유치할 지언정, 억지스럽거나 상투적이진 않다. 

꼭 결혼생활을 다뤄 이 프로를 보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적나라한 갈등, 고민을 다루는 프로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회차에는, 50대 중년부부가 출연했다. 

아내가 신청한 모양인데, 남편과 대화가 안 된다는 게 갈등원인 같았다. 

남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료화면에서도 남편은 말이 없고 행동도 느렸다. 

아내는 반대로 빠르고 말이 많았다. 

성향이 완전 달랐다.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보였다. 

별 재밌는 내용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자, 흥미로웠다. 

남편은 아내와 대학교 cc였다 결혼했다. 

학습지 교사를 하고, 학원을 운영하고, 다시 학습지교사를 하다 다 망해서

마트에 취직해 10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본인 말로는, 인생 바닥이었다고 한다. 와신상담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후, 돈을 모아 고깃집을 차렸는데, 아내가 아파서 폐업하고 그 자리에 옷가게를 하고 있다. 

모아 놓은 돈, 대출, 유산, 형제들 도움 모두 날렸다고 한다. 

50대 후반인데, 이제 남은 건 낡은 몸뚱아리와 화가 난 아내와 아직 학생인 두 자녀, 그리고 빚 밖에 없다. 


아.....살아 있는 게 대단하다. 

형제들은 자신과 달리 다 잘산다고 한다. 

강남에 살고 받은 유산도 많다고 한다. 

본인만 실패한 것이다. 

정말 남일 같지 않았다. 

백프로는 아니지만, 그 고통이 절절히 느껴졌다.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이어가려, 창피함을 무릅쓰고 카메라 앞에 섰다. 

촬영 내내 그는 아내에게 절절맸다. 

아내의 원망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고 하는데, 

그는 인생을 살며,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걸까?

왜 형제들과 달리 실패한 걸까?

(그는 27살에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뒷문으로 나간다고 했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사정사정한다. 

자식들은 30이 되가는 데, 대학교 졸업도 못한 거 같다.

거기다 예체능. 

숨이 탁 막힌다. 


이 모습은 어쩌면 한 사람의 특별한 케이스가 아닐 것이다.

정부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대책을 세운다.

(그는 27살에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그의 소원은 자식들이 밥벌이 하고, 결혼할때 조금 도와주고

아내와 지방에 내려가 평범하게 살 정도로 돈을 벌었으면 하는 거라 말한다.

나와 다르지 않다.

 

근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그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을 걱정한다. 

남일이 아니라 그런 가??

그의 눈빛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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