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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r 26. 2024

스윙보트

진화

모두 그렇듯, 나도 정말 궁금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 편에 서는 정당을 지지할까?

자신들을 위한 정책이 거의 없는데, 무슨 생각으로 투표하는 걸까?


친구가 목동에 살아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정말 허름한 옷을 입은 중년남성이 몸에 여기 저기 태극기를 붙이고, 그것도 부족해 커다란 깃발까지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무슨 집회를 다녀온 듯 했는데,  굉장히 자랑스런 표정이었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대놓고, 친 기업, 친 다주택, 친 부자 위주의 정책을 펴는데, 왜 가난한 사람들이 더 열렬한 지지자가 될까?

이리 저리 주워들은 게 있다. 

공부할 시간없이, 강도 높은 노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이론.

보수정당이 명품처럼 보여서 그렇다는 이론, 

태어날 때부터 뇌가 다르다는 이론.

이기적인 사람과 이타적인 사람의 차이라는 이론.

그것만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 김영주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위의 영화는 딱 한 표로 대통령이 결정된다는 설정이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나로썬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었다. 

뭔가 설정이 그럴싸 했지만, 웃기지 않았다. 

가능한 일이었지만, 반복되고 새롭지 않았다. 

역시 재미는 서스펜스란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영화에선 그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표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보잘 것 없어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


내가 가진 의문은, 왜 진보는 항상 힘들고 항상 위험한가? 

죽어라 노력하거나, 엄청난 재난이 닥쳐야 겨우 승리한다. 

인기 있는 사람은 다 진보인데, 선거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왜 러시아, 중국, 북한은 이런 게 가능할까? 

왜 유럽과 미국은 독재가 안 될까?


내가 내린 결론은, 진보는 진화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일어난 다는 것이다.

진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머리로 생각하고, 몸으로 익혀야 한다.

한 순간에 이뤄지는 일도 아니다.

유인원이 호모사피엔스가 듯이. 

진화하지 않으면, 그자리에 머무르면, 자연스럽게 보수가 된다. 

어제의 진보가 오늘의 보수가 되는 이유다.

서울대를 나온 운동권이 보수가 되는 이유다.

그가 돈을 많이 벌어,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 보수가 되는 게 아니다. 

진화를 멈췄기 때문이다.

사고가 더 이상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보수화 되는 이유는, 변절한 게 아니라 처음에서 아무것도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보수를 지지하는 건, 뭘 모르거나, 퇴화된 게 아니다. 

사회와 접촉이 적거나,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미디로 진화되지 않아서다.

그래서 여행을 하라는 말이 나오는 지도 모른다. 

보던 곳, 가던 곳에만 있으면 변화를 못 느낀다.


끊임없는 진화야 말로 사회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만일 진화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진화된 나라의 식민지가 될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은 공무원에 미쳤었다. 

이제는 아닌 거 같다.

지금은 의대에 미쳤다.

생각해 본다. 이게 진화일까? 

모든 걸 신이나 ai에 물어봐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스스로 생각할 힘이 없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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