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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매공부 이야기2

입찰자 13명

by 히비스커스

과연 이런 집을 누가 살까?

역시 난 세상을 몰랐다.

모든 걸 결정하는 건 가격이었다.

입찰자가 13명이나 붙었다.


입찰에 참여하기 전.

아무 지식이 없던 나는, 네이버 지식인에 물었다.

답글이 달렸는데, 이런 집은 절대로 사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한 번 사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고 했다.

난 오래 살 생각이었기에, 그 대답이 오히려 좋았다.

공기 좋은 곳에서 오래오래 집 걱정 없이 살며, 글이나 쓰자.

아침이면, 새소리에 맑은 공기 마시고.

점심이면, 밥 먹고 산책하고.

저녁엔, 적막 속에서 차를 마시고.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문제는 가격.

얼마를 써야 하나?

분양가는 이억 오천이었다.

(물론 이 가격을 믿을 순 없다)

유찰된 가격은 9천 언저리.

최근에 거래된 직거래는 일억 삼천.

그럼 절대 현재 가격이 싼 게 아니다.

난 오히려 한 번 더 유찰 될 거로 봤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은 가격이라 생각해 최저 가격에 입찰에 참여했다.

그 당시 경락잔금 대출 금리는 3프로 초반였다.

(지금은 5프로 중후반이다)


걱정하고, 의심하는 아내를 설득했다.

임장을 같이 갔고, 아내도 충분히 괜찮은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쫓겨나지 않을 집이 생긴다는 게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거 같다.


미리 은행에 가서 수표로 보증금을 만들었다.

법원 근처 공용주차장도 알아 봤다.

아내와 부품 꿈을 안고 법원으로 향했다.

통에 입찰서류를 넣고 기다리는데, 모두가 이 물건에 입찰 한 거 같은 걱정이 들었다.

일생일대의 일이라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법원직원이 개봉을 시작했는데, 내 이름을 불렀다.

난 너무 좋아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내를 보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실망하는 덴, 몇 초도 안 걸렸다.

입찰에 참여한 모두의 이름을 부른 것이었다.

모두 날 쳐다보는데, 창피했다.

아마 속으로 '초짜왔구나' 비웃었을 거다.


낙찰은 일억이천오백에 됐다.

뭐지? 2등은 일억이었다.

이 사람들 시세 조사를 안 했나?

그 가격이면, 그냥 매매로 사지 왜 경매를 할까?

경매는 대출을 받아 사는 거라는 걸 나중에 알 게 되었다.

일반 매매는 지속적인 대출이 되지 않는다.

경매로 낙찰 받고, 대출로 집값을 내고, 전세를 들여 갚아 나가거나, 월세로 이자를 충당하는 구조였다.

그러니 낙찰가의 20프로 정도만 있으면 내 집이 되는 거 였다.

그렇게 임대사업자들은 집을 늘려 나간다.

그 집을 전세 놨는지, 자가로 들어갔는지, 월세 세팅을 했는지 모른다.

(전세 세팅한 거 같다. 일억 오천에.)


물론, 난 아직도 그 집을 보고 있다.

일반매매로 나오면, 가격이 적당하면 살 생각으로.

하지만 그 집은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

한 번 나왔는데, 2억 이었다.

절대 팔릴리가 없다.

지금도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아무리 비싸도, 아무리 싸도

결국 결정하는 건, 가격이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다 해도, 싸면 팔린다.

안 싸게 내 놓니, 안 팔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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