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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Apr 02. 2024

소풍

콘돔 또는 피임약

솔직히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왠만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웠다. 

무서움을 넘어서 끔찍했다. 

만약 젊은세대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몇몇은 더 늙기 전에 자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지도 모르겠다.

작가와 감독은 왜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이 영화는 희안한 방법으로 시작되었다.

나문희의 팬이 그녀에게 글을 보냈다. 

나문희는 이걸 원고로 만들었는데, 140장이 나왔다고 한다.

다시 이걸 자신의 메니저의 아내인 시나리오작가에게 맡겼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다.

시나리오 작가는 여자로, 45살에 시나리오 공부를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노후대책이었다고 한다.

5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9년이 걸렸단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5만인데, 30만을 넘겼으니, 성공한 셈이다.

근데, 이런 경로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화 속 자식들은 다 웬수다.

자신이 사고쳐 놓고, 부모 돈이 탐나 죽기를 바란다.

돈 때문에 부모를 버리거나, 폭행을 일삼는다.

부모는 어찌되든 말든, 자식하고 외국 갈 생각만 한다.

부모가 아픈줄도 모르고 사는 자식도 있다. 

저출산이라고 난린데, 이 영화는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 

영화가 콘돔이자 피임약이다.


스포라고 하기 그렇지만, 등장하는 세 노인이 다 죽는다.

할아버지는 뇌종양으로, 두 할머니는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들이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고등학생때다.

그 풋풋하고 건강하고 생기 넘쳤던 시절. 

당연히 결혼도 안 하고, 자식은 더더욱 없다. 

오직 부모의 보살핌만 있다. 


영화를 봐선지, 어제는 꿈에 엄마가 나왔다. 

돌아가신지 20년 가까이 됐다. 

꿈 속에서 엄마는 항상 웃고 계셨던 거 같다.

한 번도 울거나 찡그리신 적이 없다.

난 내가 항상 바보같다 생각하는데,

난 엄마를 가장 많이 닮았다. 


난 아직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 

어떻게 삶을 마무리해야 할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엄마가 살아계시다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럼 같이 얘기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좋은 곳도 가고.

문득, 엄마가 내 안에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생각, 같은 느낌을 가지셨을 거다.

어쩜 부족한 내가, 그리워하는 엄마를 가장 잘 간직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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