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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Apr 07. 2024

인생은, 멋있어 질 수 없다

멋진 인생

평생을 살며, 나의 큰 착각 중 하나가 멋진 인생이 아닐까 싶다.

난 어떤 인생을 바랐던 걸까?

결코 부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난뱅이도 아니다.

남들이 봐도, 내가 봐도 폼이 좀 나는 삶을 바랐던 거 같다.

작가.

그래 작가를 바랐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드라마 대본을 쓰는 사람


어차피 부모가 재벌이 아니니, 재벌 2세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난 좀 가난한 집에서 자라났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탁월하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니, 영재가 될 수도 없다.

신체능력은 오히려 평균이하다. 운동선수는 꿈도 못 꾼다.


이제 생각하니, 멋진 인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남의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젊을 땐, 한 껏 폼을 낸다.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바닥에 침을 뱉는다. 

괜히 지나가는 사람을 째려보고, 몸에 문신을 하기도 한다. 

좀 멋져 보이려고.

착각이다. 

안 멋있다. 

그럼 무리해서 명품을 산다. 

외제차를 랜트하고, 

비싼 술집에 가 본다. 

후회한다.

비웃음만 산다.


여자들이 바라는 건, 부자 부모를 둔 아들이지

없는 돈에 허세부리는 평범, 가난한 놈이 아니다.

차라리 그 돈을 아껴, 현실감각이 있는 여자를 만나는 게 현명하다. 

그리고 재벌2세도 안 멋있다. 

하는 짓은 다 찌질하다. 

성과가 나쁜데, 다 잘리는 데, 가장 책임을 져야 하는 놈은 승진한다.

멋지나??


누구도, 아무도 멋진 인생을 살지 못한다.

늙으면 다 초라하고 비참하다.

멋진 인생? 그런 건 없다.

마치 신기루를 쫓는 거와 같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 그 짓을 한 거 같다.


난 우디알렌이 왜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지 않고,

재즈바에 가서 연주한 지 알 거 같다.

상을 받는다고 멋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느꼈을 거 같다.

자기 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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