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
평생을 살며, 나의 큰 착각 중 하나가 멋진 인생이 아닐까 싶다.
난 어떤 인생을 바랐던 걸까?
결코 부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난뱅이도 아니다.
남들이 봐도, 내가 봐도 폼이 좀 나는 삶을 바랐던 거 같다.
작가.
그래 작가를 바랐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드라마 대본을 쓰는 사람
어차피 부모가 재벌이 아니니, 재벌 2세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난 좀 가난한 집에서 자라났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탁월하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니, 영재가 될 수도 없다.
신체능력은 오히려 평균이하다. 운동선수는 꿈도 못 꾼다.
이제 생각하니, 멋진 인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남의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젊을 땐, 한 껏 폼을 낸다.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바닥에 침을 뱉는다.
괜히 지나가는 사람을 째려보고, 몸에 문신을 하기도 한다.
좀 멋져 보이려고.
착각이다.
안 멋있다.
그럼 무리해서 명품을 산다.
외제차를 랜트하고,
비싼 술집에 가 본다.
후회한다.
비웃음만 산다.
여자들이 바라는 건, 부자 부모를 둔 아들이지
없는 돈에 허세부리는 평범, 가난한 놈이 아니다.
차라리 그 돈을 아껴, 현실감각이 있는 여자를 만나는 게 현명하다.
그리고 재벌2세도 안 멋있다.
하는 짓은 다 찌질하다.
성과가 나쁜데, 다 잘리는 데, 가장 책임을 져야 하는 놈은 승진한다.
멋지나??
누구도, 아무도 멋진 인생을 살지 못한다.
늙으면 다 초라하고 비참하다.
멋진 인생? 그런 건 없다.
마치 신기루를 쫓는 거와 같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 그 짓을 한 거 같다.
난 우디알렌이 왜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지 않고,
재즈바에 가서 연주한 지 알 거 같다.
상을 받는다고 멋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느꼈을 거 같다.
자기 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