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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Apr 14. 2024

괜찮아요. 미스터 브레드

삶의 의미가 갖는 의미


원제는 '브레드의 상태' 이다. 

한국식 제목도 나쁘지 않다. 

기분 상태를 묻는 거로 들린다. 


이 영화의 내용은 40대 중반에 들어선 남자의 심리적 위기를 다룬다.

돌아보니,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다. 

중산층 조금 못 미치는 삶.

착한 아내와 똑똑한 아들이 있지만, 친구들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대학동창들은 사회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정치인, 작가, 사업가 등등. 

갑자기 현타와 회의기 몰려온다. 

잠자리에 든 그는 아내에게 묻는다.

'당신, 장모님 집을 유산으로 받을 수 있을까?'

아내는 놀라 대답한다. 

'우리 가난하지 않아.'

그는 중년의 나이에, 구질구질하게 할인쿠폰 쓰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고 진절머리 난다.

하지만 그게 그의 삶이다.

공감 백배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지루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 

가진 것이 소중함을 깨닫는다. 

친구들은 나름 어려움을 겪고 살고 있다. 다만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상투적이고 억지스런 해결이다. 

결국 남의 삶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남을 통해 불행을 느꼈듯이. 


20일 전쯤, 소설을 하나 쓰려고 마음 먹었다. 

솔직히 소설로 몇 번 상을 받았지만, 워낙 작은 것들이고 상금은 창피할 정도다.

그러니 소설이라 말하기도 뭐하다.

물론 내가 소설을 안 읽어 본 건 아니다.

하지만 막상 쓰려니, 감이 안 온다. 

단 한 편을 뽑는 공모인데, 내가 될 거 같지 않다.

이전 수상작들을 좀 보고, 비슷한 소설들도 읽었다. 

그렇게 미적미적 시간만 흘렀다. 

이제 공모에 내려면 정말 써야 한다. 

늦어도 한 참 늦었다. 

난 길을 잃은 느낌이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기분이다. 

전혀 즐겁지 않다. 

인생이 숙제처럼 느껴졌다. 

대충 해가면, 낮은 점수를 받고 그렇게 수업이 지나간다.

재수 좋으면, 선생님이 안 때리고

왜 아까운 인생을 이렇게 살까?

미스터 브레드의 기분이 이럴까?

최소한 그는 자신의 일에 의미를 잃은 거지, 나처럼 하기 싫고 힘든 기분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정말 바닥에 가까우면, 남하고 비교를 잘 안한다.

살아남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행복이 뭘까? 생각해 본다.

나는 50대 중반이다.

누구도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인생의 조언도 웃기는 소리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루 세끼 먹는 거로 만족하면 되는 걸까?


문제는 내가 잘하려 한다는 데 있는 거 같다.

평생 글을 썼지만, 난 잘하지 못한다.

그 압박감이 꿈 속에서도 날 괴롭혔다. 

난 글을 잘 쓰면, 행복해 진다고 믿었다.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물론 지금은 명예따위 필요없다)

그래서 더는 성공을 못할 거라 생각되니, 삶이 의미가 없어졌다. 

대충 살다, 어떻게 될지 모르고 살다

더 나빠지면 나빠진 대로, 살다

(폐지를 줍던, 노숙을 하던)

숨이 끊어지길 기다리겠지.

만약 용기가 있다면, 그 전에 끝낼 수도 있고.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의 의미가 성공에 있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성공이라면, 왜 부자들이 자살하겠는가?

왜 부자들이 마약, 술 , 도박, 폭력에 중독될까?

부처는 왜 고행의 길을 떠났을까?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찾고, 하는 거다.

삶의 의미는 바로 일(작업)이다.

글로 성공하지 못해도, 글을 쓰는 게 재밌다면 그게 행복한 삶이다.

먹고 살아야 하기에, 난 반드시 팔리는 글을 써야 했다. 

제작자의 마음에 드는 글을 써야 했다. 

그러다 내가 왜 써야 하는 지 모르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걸 쓰면 되는데, 자꾸 잡생각이 떠오른다. 

팔려야 하는데.....

얼마큼 성공해야 노후 준비가 되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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