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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y 09. 2024

슈크림빵

작은 형


난 슈크림빵을 싫어한다. 단팥빵을 좋아한다.

큰형이 슈크림빵을 좋아한다. 삼립빵에서 나온 제품으로 속에 하얀 크림이 들었다. 

난 이 빵을 먹으면, 마치 녹인설탕을 먹는 거 같아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이왕이면, 단팥빵을 먹는다. 

요즘 제과점을 가면, 정말 빵값이 많이 올랐다. 

단팥빵 하나에 2500원에서 3000원 한다.


우연히 동네 수퍼에서 세일하는 제품을 봤다. 

하나에 2200원인데, 자기네 페이를 쓰면 1+1이라는 거다. 

처음엔 앱을 깔기 싫어 그냥 사 먹었다. 

사실 앱 할인을 모르고 산거다. 

나중에 알게 됐을땐 집에 도착한 후였다. 


맛있었다. 제과점 못지 않았다. 

특히 슈크림빵이 좋았다. 

결국 난 앱을 깔았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 꼴로 저 빵을 먹고 있다. 

저 빵을 사려면, 한 참을 걸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한 번 나가면, 편의점 투어를 한다. 

다행히 아내도 저 빵을 좋아한다. 


우리집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래서 삼촌, 고모들이 수시로 찾아왔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모두 대학을 나왔다. 

요즘도 대학을 못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 시절에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암튼 할머니는 88살에 돌아가셨다. 

문상객이 어마어마 했다. 

밤새도록 찾아왔다. 

화환이 끝도 없이 세워졌다. 


삼촌들은 모인 조의금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정확힌 모르지만, 3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억대였을 거 같다.

삼촌들은 결혼하는 후손에게 천만원씩 주는 결정을 했다. 

이자가 쌓이니, 마치 장학금처럼 운영이 될 것이다.


그 후, 작은 형이 결혼한다고 미래의 형수를 집으로 데려왔다. 

작은 형은 평생 공부를 했기에, 모아 놓은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일원도 없었다. 

오직 집에서 돈을 가져가기만 했다. 

그런데 결혼한다고 여자를 데려왔다. 

큰형수는 알아서 하라고 모른 척 했다. 

엄마는 전전 긍긍했다. 

집 안에서 주는 천만원으론 방을 구할 수 없었다. 

결혼비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큰형수는 공부를 할 만큼 했으니, 알아서 하라는 투였다. 

집 안에 싸한 냉기가 흘렀다. 

엄마는 쌈지돈을 다 털어 형에게 마지막 학위를 줬다. 

더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무슨 짓을 했을까?

맞다. 가장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엄마에게 말해, 내가 받을 천만원을 작은 형에게 주라고 했다. 

엄마는 삼촌들에게 부탁했다. 

삼촌들은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엄마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룰을 깨는 거지만, 어차피 나갈 돈이니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후, 작은 형은 결혼하고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작은 형수에게 자기가 받은 이천만원은 집 안에서 주는 장학금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형수는, 그 돈이 자랑스런 장학금인 줄 안다.

그걸 자랑한다. 

큰 형은 모른 척 한다. 

큰 형수도 모른 척 한다. 

하기야, 자기들과 상관없는 돈이니. 


아내는 나보고 바보라 한다. 

나도 내가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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