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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y 14. 2024

나의 경매공부 이야기5

미납관리비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 만기가 다가온다. 

앞 집의 바람둥이 총각은 이미 집을 내 놓았다. 

나는 이 집에 살면서, 4년동안 이 녀석의 연애사를 다 보았다.

아내 말로는, 앞 집 청년을 가까이서 보니 꽤 잘생겼고 한다. 

키도 175정도 되는 거 같다. 

제법 살집도 있다. 그렇다고 근육질은 아니다.

작은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한번은 일제 오토바이를 샀는데, 애지중지 하다 결국 몇 달만에 당근에 내 놓았다. 

이유는 엄마가 타지 말라고 한다는 거였다. (정말 당근에 그렇게 써 놓았다)

녀석의 여자는 4년동안 3, 4명 이었다. 


처음 여자는 모닝을 탔고, 참한데 조금 답답한 이미지 였다. 느낌이 유치원교사나 간호사였다.

(녀석이 찬 거 같다. 한 번은 주차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봤다)  

두번째 여자는 suv를 탔는데, 키도 크고 육감적이었다. 보면 늘 운동을 하고 온 복장이었다. 

(녀석이 차인 거 같다. 그녀는 몇 번 안 왔다. 집 보고 찬 거 같다)

세번째는 기억이 안 난다. (분명 있었는데)

네번째가 지금 사귀는 여자다. sm3를 탄다. 약간 귀여운 공룡스타일이다.  트리케라톱스

귀엽고 참하다. 

아내 말로는 녀석이 여자보는 눈이 있다고 한다.


녀석은 이 여자와 꽤 오래 사귀었다. 

여자의 차가 어느 순간부터 주차장에 상주한다. 

동거 아닌 동거를 하는 모양이다. 

음식도 해 먹고, 커플티도 입고. (난 커플티 입은 성인을 보면, 내가 다 어색하다)

한번은 녀석의 엄마와 여자가 함께 있는 걸 봤다. 

아! 결혼 하겠구나. 

역시나 집을 내놨다. 

아마 아파트로 가지 않을까 싶다. 

인사는 했지만,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다. 

내 방이 녀석의 방과 붙어 있는데, 녀석이 심심하면 노래를 불러댔다. 

얼마나 못 부르는지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났다. 그래서 순수해 보였다. 

물론 이건 나만의 평이 아니다. 


몇 시간 달려, 목적지에 닿았다. 

이 곳도 몇 번 와봤지만, 올때마다 실망한다. 

갈때마다 좋아져야 하는데, 싼 집은 그 반대다. 

난 차에서 내려, 건물로 향했다. 

안을 보려 어슬렁 거리는데, 한 남자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봤다. 

그에게 다가가 이 건물에 사냐고 물었다. 

남자는 그렇다고 답하고, 난 안을 좀 볼 수 있냐고 부탁했다. 

남자는 시쿵둥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알고보니, 남자가 이 건물의 입주민이자 관리인이었다. 

그는 무료봉사라며 투덜거렸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난 봐둔 집으로 향했다. 

그가 문을 열어 줬다. 비어 있은 지 오래 된 집으로 화장실 문을 열었을때 악취가 났다. 

남자는 비록 비어있었지만, 공용관리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아파트는 관리비를 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빌라도 밀린 관리비를 낙찰자가 내야하는 지 몰랐다. 

꽤 큰 금액이었다. 

모든 집이 그렇지만, 짐이 없을 때 더 작아 보인다. 

분명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큰데,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와 한참을 얘기했다. 

아내는 차에서 기다리는데, 지루했다고 한다. 

아내에게 이런 저런 나눈 얘길 전했다. 

아내는 돈이라도 좀 주고 오지 그랬냐고 했다. 

난 지갑을 안 가지고 다닌다. 

난 그냥 가고 싶었는데, 아내는 음료수라도 사주라고 했다. 


'이 집에 이사 올지 아닐지 모르는데? 안 올 확률이 더 높은데.'

'그래도 고맙잖아. 한 참 얘기했는데.'


난 결국 수퍼로 가서 음료수 박스를 샀다. 

다시 초인종을 누렀다. 


'아까 얘기 나눈 사람인데요'

'네. 왜요?'

'음료수 좀 드리려고요.'


음료수를 받은 그의 표정은 이전의 험악한 표정과 달랐다. 

수줍게 웃고 있었다. 

그렇다고 귀엽거나 호감가는 표정은 아니었다. 

어쨌건, 아내 말을 따르길 잘 한 거 같다. 


바람둥이 녀석은 신축아파트로 가고,

난 더 외진 시골로 간다. 

바람둥아, 그 동안 노래 들려줘서 고맙다. 

행복해라. 



추신: 집에 와서 확인하니, 그 사람의 집이 경매예정물건이었다. 

        이 사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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