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어렸을 적, 오멘을 봤던 기억이 난다.(혹시 숫자가 있는지 친구에게 내 머리 속을 봐달라고 했다)
그때는 tv로 이 영화를 봤다. 당연히 어린 내가 볼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장면 중 기억나는 장면은 단 하나 밖에 없다.
마지막 장면.
그 장면은 공포를 넘어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공포영화란 게, 무서운 영화라고 생각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고, 경험할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무서운 게 아니다.
지구로 소행성이 날아 올 확률이 제로라면, 딥 임펙트나 아마게돈 같은 영화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일어날 수 있기에 흥미가 생가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영화는 '착신아리' '링' '전설의 고향' 이다.
전설의 고향은 예전 tv 드라마 였는데, 특히 내 다리 내 놓으라고 쫓아온 귀신 에피소드가 무서웠다.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부모를 위해 무덤을 파야하는 상황이 무서웠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별 도리가 없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을 거 같다.
국민학생의 생각이지만, 사랑이나, 나의 안전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면, 나쁜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 드라마는 효심이 아니라, 강요, 학습을 시키는 것이었고, 수단은 공포였다.
그런 기대로 본, 오멘은 실망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재밌는데, 나만 재미없는 건가? 내가 변한 건가?'
어느 쪽이든 어쩔 수 없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무서운 장면은 오멘의 마지막 장면으로
저주받은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는데, 어른이 다가와 누군가를 소개시켜 준다.
그는 바로 미국의 대통령이다.
어린 난 생각했다. 오멘은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른다고.
나이 들어 보니, 정말 대통령이 됐다.
오멘이 무섭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