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세상은 알 수 없다.
희안하다.
설명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몇 년 전 터진 전세사기로 아직도 나라가 떠들썩하다.
바지사장이 수백채를 가지고 있다 못 갚아주거나 도망간 거다.
처음부터 돈없이 분양하고 전세놓은 거다.
전세금이 분양가거나, 더 높기도 하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하게 한 건 부동산중개인들의 역할도 컸다.
사회초년생이나 가난한 이들이 타깃이 되어 피해를 봤다.
자살한 사람도 여럿이다.
가정이 파괴된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경매공부를 한 입장에서, 등기부등본을 잘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700원이면 인터넷 등기소에서 다 볼 수 있다.
갑구는 집의 소유에 대한 내용이고, 을구는 집에 걸린 빚에 대한 내용이다.
빨간 줄은 볼 것 없고, 멀쩡한 것만 확인하면 된다.
근저당, 가압류 이런 거 써 있는 걸 유심히 보고, 날짜를 보면된다.
그리고 시세를 파악하면, 대충 전세값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집이 2억인데, 근저당이 1억이다.
그럼 전세금은 1억 이하여야 한다.
그래야 경매로 넘어가도 은행이 돈 가져간 후 남는 돈이 있다. 1억쯤.
문제는 집의 시세가 변한다는 데 있다.
내가 보던 물건이 있다.
임차인이 돈을 돌려받기에 명도도 쉬운 물건이었다.
근데, 좀 이상한 내용이 있었다.
뻔히 경매들어간 집에 전세계약해서 들어 온 것이다.
만약 이 집을 부동산 중개인이 소개했다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이 계약이 가능했을까?
뇌피셜인데, 채무자의 지인이나 가족이 일명 '가라'로 임차인이 된 것이다.
그럼, 최우선변제금도 받을 수 있고, 세입자 우선권으로 단독이나 제일 싼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다.
이사비까지 챙기는 건 물론이다.
은행은 자기 돈만 받으면 된다. 누가 샀던 관심없다.
문제는 그 밑에 있는 채권자들이다. 믿고 돈을 빌려줬는데 조금이라도 못 돌려받는다.
오히려 빌려간 놈이 그 물건을 싸게 다시 가져간다.
(지금 박세리 경매 사건이 이와 비슷하다)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리며 겨우 얻어낸 권리를 누군가는 이렇게 도둑질 해 간다.
정말 이러고 싶을까 하는데, 멀쩡히 일어난다.
이게 문제가 되면, 결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더 힘들어 진다.
예전, 단식하던 세월호 유가족 옆에서 피자 먹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은 되지 못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