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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Jun 21. 2024

나의 경매공부 이야기7

구해줘 홈즈


몇일 전, 아내와 경매법정에 갔다. 

찍어둔 물건에 입찰하기 위해서 였다. 

집에서 꽤 거리가 있었다. 

내가 찾는 집의 유형이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 건물에 여러동이 나온 케이스였다. 

이전에 낙찰 된 사례를 보니, 이번 회차는 유찰이 분명했다. 

하지만, 난 웃돈을 주고라도 집을 구하고 싶었다. 

어차피 실거주이기에 조금 더 쓴다고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내는 일이 있음에도, 짬을 내 나와 동행했다. 

법정은 이전에도 다른 소송으로 여러번 경험했다. 

하지만, 여전히 떨린다.

솔직히 난 법은 없는 죄를 만드는 장치라 생각한다.

있는 죄는 감추고, 덮어준다.

물론 누구냐에 따라 앞뒤가 바뀌는 건 당연한 일이다.

판사에게 공정이나 정의를 바란다면, 당신은 이쪽으론 아직 어린이다. 


난 실수하지 않으려, 집에서 입찰표를 써갔다. 

단독낙찰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최저가에서 2만원 더 썼다. 

30분 일찍 왔기에, 기다리다 줄을 서 입찰했다. 

그리고 근처의 김밥집에 갔다. 

난 떡볶이를 싫어하는데, 아내를 위해 김밥과 떡볶이를 시켰다. 

아내는 안 하던 짓을 한다고, 비웃는다. 

난 이렇게 끌고와서 미안했지만, 낙찰로 보상받고 싶었다. 


'두 명입니다.'


이게 뭔소리지? 단독이 아니네.

불안했다. 혹시 몰라 2만원 더 썼지만, 누군가 경쟁자가 있다면 난 엄청 불리하다.

내가 이길 경우는, 2만원 아래일 뿐이다. 

난 그 돈이 아까워 최저가를 쓸까 고민했었는데, 

내가 입찰한 물건 번호가 불려지고, 입찰자들이 앞으로 나갔다. 

당연히, 낙찰자는 내가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남자였다. 

화가 나고, 궁금했던 나는 아내의 채근에도 법정 앞으로 나갔다.

행정처리중인 낙찰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얼마 쓰셨어요?'

그는 나보다 12만원 더 썼다. 

아, 짜증


집으로 오는 차안에 정적이 흘렀다. 

오는 길은 더 길었다. 

아내가 한 마디 했다. 


'그 사람의 조금이 더 컸네'


맞다. 가치의 상대적 개념이었다. 

나의 2만원이 그의 14만원이었다. 

그도 분명 유찰을 예상했고, 단독낙찰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래도 불안해 아주 조금 더 쓴 거다. 

버려도 될 정도의 돈을. 

7배. 그와 나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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