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나날들
얼마 전, 최광희 영화평론가의 유튜브라이브방송을 봤다.
누가 물었다.
왜 도시빈민이라고 생각하냐고?
아마 그는 쵝광희를 도시빈민이 아니라고 여기는 듯했다.
최광희는 자신의 가족 내력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가난한데, 자신의 삶이라고 다르겠다는 투였다.
개천에서 용 나는 건, 1980대에 끝났다고.
난 그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아마 사교육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내가 최광희보다 조금 어리다.
그러니 그가 하는 말이 대충 감이 온다.
나 역시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
법으로 금지됐었다.
덕분에 우리 집은 교육비를 아꼈다.
그 흔한 태권도장도 가본 적이 없다.
당연히 다른 학원은 말 할 것도 없다.
주산 학원은 몇 달 다녔다.
학교 앞에서 학원에 만화책이 가득하다는 꼬임에 넘어간 것이다.
아무튼 그때는 요즘 같은 사교육 분위기는 아니었다.
처남의 사무실에서 쓰다 버리려던 데스크톱을 가져다 쓰는데, 갑자기 안 켜진다.
노트북을 부랴부랴 꺼내 부팅을 하는데, 윈도우가 7이다.
계속 경고 메시지가 뜬다. 10으로 바꾸라고.
그럼 아마 멈출 거 같다.
아내는 이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견적이 오백쯤 나올거라고 걱정한다.
어쩜 이 값을 벌러,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내가 공장에 갔던 것처럼.
그런 저런 말들과 일들을 겪으며 잠자리에 눕는다.
오늘은 맨시티와 아스탈이 붙는 날인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겼다고 한다.
아침이 무겁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어쩜 남아 있는 나날 중에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일지도 모른다.
앞으론 더 안 좋은 일들만 가중될 테니.
건강도, 재정도, 일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아마 처음부터 길 위에 서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최광희의 말처럼.
다만 그때는 경사도가 낮았을 뿐이지.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면, 난 뭘 해야 할까?
기뻐해야 한다.
그뿐이다.
내일은 더 안 좋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