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려는 사람은 죽고 싶은 게 아니다.
이렇게 살기 싫은 거다.
어느 정신과의사가 한 말이다.
같은 말 같지만, 다르다
죽음을 동경하는 게 아니라, 사는 데 염증이 난 거다.
그러니 도망갈 곳이 죽음 밖에 없는 거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한국이 싫다.
자신의 학벌도 싫고, 가난도 싫고, 허접한 직장도 싫다.
희망이 없다.
직장상사는 비리를 조장하고, 강요하고,
가족은 돈을 달라 한다.
남친의 가족은 그녀를 무시한다.
그래서 그녀는 한국을 버리고 뉴질랜드로 간다.
근데 그곳에도 한국인들이 있다.
지긋지긋한 한국인들.
영화는 참 지루하다.
소설도 지루하다.
난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없다.
그녀는 한국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1도 안 한다.
어느 정도 혜택도 받고 있다.
대학도 나왔고, 부모도 있다.
어쨌든 자가다.
나름 취직도 했고, 반반하다.
업무스트레스도 거의 없다.
남친이 징징대면, 다른 남자 만나면 된다.
가족이 돈 달라면, 독립하면 된다.
비전이 없다면, 투자를 배우면 된다.
인생이 그지 같다면, 술을 마시면 된다.
그것도 안 들으면, 정신과 가서 약 타면 된다.
그녀는 도대체 왜 한국이 싫은 걸까?
모르겠다.
자신이 싫은 건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오늘은 컴퓨터 때문에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삼성하고 엘지하고 차이가 많이 난다.
삼성은 어떻게든 날 도와주려 한다.
엘지는 어떻게든 전화를 빨리 끊으려 한다.
모델명을 알려달라는데, 안 보인다.
그래서 부랴부랴 돋보기를 찾아 쓴다.
그래도 잘 안 보인다.
두겹으로 보인다.
솔직히 지금 이 글을 쓰는 데도 똑같다.
난 한국이 좋다.
영화 속 주인공보다 더 가진 게 없이만, 떠나고 싶지 않다.
이제 낵가 어딜 가겠는가.
그리고 내가 떠나고 싶다면, 한국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
내 가족과
그냥 사는 거다.
동물처럼.
먹고 싸고 먹고 싸고.
싸워야 할때, 피터지게 싸우고.
나도 그럼 좋겠다.
비겁하니까 사는 게 싫어진다.
비굴해서 사는 게 싫어진다.
내가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내 손으로 먹고 살 능력이 부족하단 거다.
세상 어딜 가도, 내 손으로 먹고 살 능력이 되면
비겁하거나, 비굴해 지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그때가 오면, 깨끗하게 끝내는 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