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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옥을 만드는가?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

by 히비스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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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청소기 하청회사에 다닐때다.

as맡긴 정소기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아마 보통의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일 것이다.

똑똑한 5살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만 엄청난 인내력, 그러니까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아니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니, 엉덩이가 무거우면 배로 힘들다.


난 정직원이 아닌, 알바라 아침 회의에 단 한 번 참석했다.

공황장애로 3일 밖에 못 다녔다.

직원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정직원과 알바의 차이가 크지 않은 회사였다.

자차로 출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곳은 오래 일하면, 정말 죽을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탄광에 있는 듯한 느낌이라면 감이 올까?

딱히 장비랄 것도 없고, 소비되는 물품도 거의 없었다.

사람의 손발이면 된다.

근데 회의 내용은 내내 생산비 절약에 관한 것이었다.

물을 적게 써라. 전기를 적게 써라.

다행히 밥을 적게 먹어라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웃기는 말이었다.

이 공장이 생산비를 아끼는 방법은 사람을 적게 고용하면 된다.

근데 그럼 이 공장은 안 돌아간다.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습관이다.

협박이다.

힘의 과시다.


내가 너 자를 수 있어.

내가 니 주인이야.

다른 회사도 다 하는 말이야.

생산비가 부족하면, 그냥 자르면 된다.

근데 그건 절대 못할거다.

아예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내가 실력이 없을때, 타인을 쪼게 된다.

내가 일하기 싫을때, 타인을 쪼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죽고 싶어한다.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은 내가 본 공장직원의 삶보다

훨씬 훌륭하다.

회사가 직원을 협박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지 서로 얘기한다.

가식도 품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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