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버지가 안 계신다.
내가 어렸을 적 돌아가셨다.
그래서 늘 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솔직히 지금도 나의 인격형성에 그 결핍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살아오며 뭔가를 의논할 상대도 없었고, 기댈 곳도 없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가르침을 잘 하지 않는다.
들은 적이 없으니, 하는 것도 어색하다.
어제 문재인 전대통령의 딸이 이태원에서 음주운전사고를 냈다는 기사를 봤다.
처음엔 화가 났다.
아버지 얼굴에 똥칠을 하는 구나 하고.
그 다음엔 의아했다.
왜 저런 짓을 하지? 하고.
무슨 이유였을까?
오늘 기사를 보니, 사고차는 아버지한테 받을 거고, 그 차는 과징금이 체납돼 있다는 것이다.
돈이 없구나.....
인생사 많은 고통이 경제적인 문제다.
왜 일을 안 했지?
일자리가 없구나.
아님 좀 면이 서지 않은 일이었던지.
마지막에 든 감정은 의외로 위로였다.
'편한 삶은 없구나'
'내가 좀더 힘들진 몰라도, 다 힘들구나.'
'간혈적 행복이란 말이 맞구나'
대통령의 딸이든, 재벌의 아들이든
별 수 없구나.
인간이란, 인생이란 결국 똥멍청이다.
난 남을 고소하러 경찰서에 갔지, 죄를 져서 간 적은 없다.
이유야 어쨌든, 결과가 어떻든
난 불의와 싸웠다.
훌륭한 부모를 둔 자식 부럽지 않다.
밴스릴러 주연의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란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들이 아빠에게 하는 말이다.
'아빠는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마. 나만 신경쓰면 돼.'
난 내 아내에게만 자랑스런 사람이 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