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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

만두

by 히비스커스

난 피난민의 후손이다.

나의 조부모님은 평양에 사셨다.

잘 살았는 지, 못 살았는 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여든이 넘은 삼촌들이 다 대학을 나왔다.

연세대, 성균관대.

고모들도 다 대학을 나왔다.

그러니 가난하진 않았을 거 같다.

물론 한때는 사회 지도층이었고, 지금도 잘 산다.


할머니는 늘 만두를 만드셨다.

난 늘 만두를 먹었다.

그때는 사먹는 만두가 없었던 거 같다.

만두를 만드는 건 연례행사였다.

어린 내 기억에, 정말 엄청나가 만든 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은 거 같진 않다.

냉장고가 작았으니.


만두를 보면, 늘 할머니와 어머니가 생각난다.

난 만두를 참 좋아했다.

만두국을 먹으면, 늘 터뜨려 먹었다.

근데 이제 만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맛이 없다.

아무리 맛집을 찾아도, 할머니, 어머니 맛이 안 난다.

매번 같이 가준 아내가 고맙다.

이젠 포기다.


아마 내 입맛이 변했을 것이다.

아주 가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한다.

그럼 그 만두 맛을 못 봤겠지?

맛 있었나?

이제 기억도 없다.


이 영화는 정말 만두 맛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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