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반딧불

벌레

by 히비스커스

그저 그런 노래다.

독특하지도, 짜임새가 뛰어나지도 않는다.

근데 기막힌 게 하나 있다.

바로 가사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번도 의심한 적 없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우린 원래 벌레였다.

근데 이제 자신을 인식할 만큼 똑똑해 졌다.

그게 불행의 원인이다.

좋다고 1~2미터 상공을 날아다니며 세상 무서운 거 없이 휘저을 때가 나았을 지도 모른다.

근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남이 어떻게 사는 지 다 알게 되었다.

세상이 엄청나게 높고 넓은 걸 보게 되었다.

당연히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많아 졌다.

근데 할 수 없다.


그럼 의문을 갖게 된다.

왜 나는 안 되지?

그러다 자기개발서를 읽고, 강의를 듣고, 정신과를 간다.

모든 건 내 안에 있다는 헛소리도 듣게 된다.

잘 못한 적도 없는데, 왜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는가?

개똥벌레로 태어난 게 죄인가?

나도 내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다 개똥벌레라고!


세상 가장 멍청한 게

남의 말을 듣고, 남의 명령을 듣고 행동하는 것이다.

근데 어쩌랴....

반딧불인걸.

배운 거 없고, 아는 거 없고, 가진 거 없으면

20살도 안 된 나이에 법원에 불을 지르는 거다.


난 벌레가 아니야!

더 큰 불빛이라고. 별이라고.

세상을 변화시킬 거야.

그들이 그렇게 말해줬어.


'참으로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어쩜 나의 삶을 가장 응축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이다.

이 감정을 평생 안고 살았다.

자의든 타의든.

작가는 자살했다.

웃기다.

그의 책 어디를 봐도.

그의 삶은 그리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저 문장이 부끄러울지 모르겠다.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고개를 뻣뻣이 들고 싶다.

그리고 더 이상 부끄러운 짓을, 창피한 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

오늘부터.

그럼 어떤 시인이, 내가 빛나는 별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해줄 지도 모른다.


https://youtu.be/x9Jz2OueIGY?si=ii2_ocumigLiOsyL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택시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