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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

노인

by 히비스커스

나는 외곽에 산다.

여긴 농지도 많다.

(최근에 2평 안되는 텃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

물론 아파트도 있다.

대형병원은 없다.

(아프면 안 된다)


읍사무소에 갔는데, 고성이 들렸다.

'얼마나 기다리는 거야! 나 좀 먼저 해줘!'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70,80대로 보이는 노인이

직원 앞에 서 소리를 치고 있었다.

일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번호표를 뽑지 않고, 기다리다 짜증이 난 것이다.

직원은 그에게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은 알았다며, 이번만 먼저 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원하는 걸 얻었다.


'늙으면 죽어야 해. 이런 걸 몰랐어'


그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그건 사과도 무안도 아니었다.

늙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이해하라는 뜻이었다.

그 말이 더 불쾌했다.


나도 요즘 불쑥불쑥 화가 치민다.

큰 이유도 없다.

이룬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인생이 한심해서 그런 거 같다.

닥쳐올 미래가 무섭고 두려워서 이기도 하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벌벌 떨며 지낸다.

몸도 이곳저곳 아프다.


그래서 그를 이해해 보려고 해 봤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정도면, 안 된다.

그게 그나마 미덕이다.

모르면 기다리고, 물어보고, 참아야 한다.

그를 보며, 나를 돌아본다.

만약 나도 모르게 저런 짓을 했다면, 과일이라도 한 박스 놓고갈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뉴스에 홍준표 얼굴이 나온다.

구토를 간신히 참았다.

읍사무소의 그 노인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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