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선생님
아무리 개 같은 인생이라도, 내가 선택해야 한다.
그게 옳은 길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라서다.
유시민이 한 말을 떠오르는대로 썼다.
그는 이 말이 자유론에 나온 문구라고 했다.
난 처음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선택한다고? 삶의 방식을?
그런데 '서울대디' 유튜브를 보며 생각났다.
그의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골에서 선생님이 되었다고 했다.
나의 어머니도 그 시절, 아니 그보다 더 이른 시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외삼촌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골선생님이 됐다.
그런데 어머니는 되지 못했다.
왜? 바로 외할아버지 때문이다.
여자는 강을 건너면 안 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반대했다.
결국 어머니는 전매청, 그러니까 지금 kt&g에 취직하셨다.
어머니는 대학을 가고 싶어, 직장생활 중에도 영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할어버지는 대학을 보내주는 대신, 시집을 보냈다.
어머니의 인생은 그때부터 골로 갔다.
물론 나의 아버지가 나쁜 분이란 뜻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잘 해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인생은 결과적으로 실패다.
멍청한 부모가 자식을 불행하게 만든다.
모든 인생은 불행할,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반드시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
그게 맞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했기 때문에
옳은 것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외할아버지...
외삼춘....
모두 너무 너무 싫다.
오직 자신만 아는 가부장적인 사람들이다.
자기 가족은 정말 잘 먹고 잘 산다.
여동생의 삶은 아무 관심이 없다.
유산도 본인이 거의 다 가졌다.
우린 외가와 연을 끊고 산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물론 정확하지도 사실이지도 않을 수 있다.
엄마 생일에 그러니까 일년에 한 번쯤
외삼촌이 집을 방문했다.
그럼 딱 돼지고기 한 근을 신문지에 싸왔다.
엄마는 그런 오빠에게 술상을 차려줬다.
난 한 번도 용돈을 받은 적이 없다.
있다 해도 아주 작아 기억이 안 나는 거 같다.
그리곤 1시간 정도 앉아 있다 갔다.
외삼촌의 자식들은 모두 명문대를 가고
지금도 호의호식하며 산다.
은행지점장, 증권사 간부, 대학교수, 대기업 연구원
6.25 참전 상이 군인이라 어떤 특혜도 있었다고 한다.
착하게 살면, 그냥 착하게 사는 거다.
가난하게. 이용당하면서.
못되게 살면, 잘 먹고 잘산다.
당연하다. 남의 돈을 빼앗았는데 왜 가난하고 힘들겠는가
엄마는 그때 시골로 가야 했다.
왜? 정말 가고 싶어 했으니까.
너무 착했다.
본인과 더불어 자식들 인생도 다 골로 보냈다.
추신: 나의 친가 중 큰 삼촌이 가장 꼴통이다. 술만 먹으면 동네 떠나가라고 지랄한다.
소리지르고 욕하고, 그것도 자신의 어머니를.
이유는 모른다. 다만 동생들은 다 대학에 갔는데, 자신은 고등학교 밖에 못 갔다는 것과
결혼 할때, 왜 재산의 반 밖에 안 줬냐는 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20대에 결혼하며 자가를 마련한 것이다. 1960년 대에)
전쟁이 났는데, 어떻게 대학을 보내주나?
동생들이 여럿이나 있는데, 어떻게 재산을 더 주나?
그 분의 손자가 몇 년전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다.
물론 그 분의 자식들도 다 대학과 대학원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고 학교 선생들과 결혼했다.
인생이란 게, 한 번 꼬이면 계속 이어진다. 끊어내질 못한다.
주식도 자기가 연구해 선택한 종목보다, 누군가 추천한 종목으로 패가 망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