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살면서 가장 무서운 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예측을 해도
상상 못할 일이 벌어진다.
그건 좋은 경우도 있고, 안 좋은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후자다.
어렸을 적엔, 아는 거 너무 없어 공포에 휩싸인다.
나이들면, 아직도 아는 게 너무 없어 좌절한다.
어렸을 적엔, 사는 게 너무 단순해 보여 죽는 생각을 쉽게 한다.
이런 게 없네, 저런 게 부족하네.
나이들면, 그게 얼마나 하찮은 일인지 알 게 된다.
그럼 죽는 거 보다 사는 게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노인 자살율이 급상승하는 이유도 여기 있지 않나 싶다.
죽고 싶어 죽는 게 아니라, 죽을 수 밖에 없다.
육체적으로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고통이다.
나 역시 다년간 심리치료를 받았다.
처음 심리치료를 받았을 땐, 장난치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는 지루했고, 세번째는 헷갈렸다.
네번째는 뭔가 느낌이 왔다.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진짜 고통을 맛보게 되니까.
머리로만 상상하던 고통이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경험된다.
물론 나도 아직 그 고통을 겪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조금씩 맛보고 있는 수준이다.
정신적으로 무지무지 힘들다면
조금만 버텨라.
그 까짓건 완전히 잊혀질 정도의
상상초월 고통이 찾아올테니.
아무것도 모르지만, 난 두렵다.
그리고 안 아픈 오늘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