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행복중독증

by 히비스커스

예전, 아는 작가가 아이디어를 말해준 적이 있다.

자신이 직접 본 이야기라 했다.

차를 마시러 교외에 갔는데 찻집 옆에 점집이 있었다.

찻집 주인 설명으론, 꽤 용했던 무당인데 이제는 신기가 떨어져

손님이 끊겼다고 했다.

집은 낡고 을씨년스러웠다.


지인은 이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로 작품을 썼는지도 모른다.

내가 읽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잘뽑아내지 못해 인상깊지 않았나 보다.

대충 기억나는대로 떠올리면

신기빠진 늙은 여자무당이 손님들을 맞는 얘기였다.

한마디로 엉터리 점꽤를 내며 망신당하는 상황.


그러다 이 소설을 우연히 알게 됐다.

정확히 내용을 알진 못했지만, 신기 떨어진 무당이란 소개에 책을 구입했다.

알고보니 신춘문예 작가에 29살 여자 작가다.

왠지 불안했다.

그래도 베스트셀러라니 읽어보자.


책은 단편집이었다.

10편 가까웠다.

배우 박정민의 소개글이 표지에 있었다.

더 불안했다.


우선 첫번째 작품을 읽었다. '길티클럽'

그리고 세번째 작품인 혼모노를 읽었다.

뭐지?

역시 내 불안은 적중했다.

작품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난 나를 어느 정도 알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잘난 척이다.

하지만 청춘의 잘난 척은 특권이다.

그러니 참아야 한다.


지인의 아이디어랑 혼모노는 어차피 같은 결과였다.

지인의 아이디어는 뻔했고, 사실의 나열 정도 였고

혼모노는 그것도 없었다.

시나리오나 드라마는 행동 위주의 극이다.

행동이 갈등을 만들고 갈등은 행동을 부른다.

소설은, 내적 갈등이다.

속 마음을 글로 드러낸다.


소설을 읽으며, 융화될 수 없는 내가 안타까웠다.

지독한 고독, 깊은 슬픔, 벗어날 수 없는 자책

대상없는 분노.

형체없는 희망.


소설은 훌륭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글이 재밌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깨끗하게 읽고 당근에 내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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