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3일째

근육통에 시달리다.

by 히비스커스

오른쪽 손목에 파스를 붙였다.

무거운 상자를 8단으로 쌓는 일을 하루 종일 했다.

상자를 쌓으면, 랩으로 칭칭 감는다. (난 이 일이 어지러워 정말 어렵다)

그럼 자키(수동 지게)를 이용해 다른 창고나 밖으로 옮긴다.

자키는 지게차가 하는 일은 손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 종일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원래 손목터널 증후군이 있던 차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악화됐다.

손에게 힘을 줄 때마다 손목이 욱신 거렸다.

그래도 나는 오늘 일을 나가야 한다.


3일이라니.

겨우 3일 만에 몸이 고장 난 것이다.

걱정이 몰려온다.


내가 일하는 공장의 책임자가 나보다 한 살 많다는 얘길 들었다.

그는 내가 처음 이 공장에 왔을 때 만난 사람이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왜 그 일은 그만두게 됐는지 물었었다.

그의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왜 영화 일은 그만두게 되셨나요?' 등등의 질문을 했다.

일상 그가 하는 업무일 수도 있고, 정말 궁금해서 던진 질문일 수도 있다.

짧게 머리를 자르고, 깨끗이 면도를 한 그의 모습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지만 젠틀해 보였다.

나도 어쩌면 저 위치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그 보다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그는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온 걸까?

순간 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이제 난 50대 초반이다.

내 삶에, 건강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뭐든 해야 한다.

그 전에 보수적이며, 합리적인, 금욕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 실수를 줄이는 일이다.

난 늘 탐욕과 자만심으로 기회를 잃고, 화를 불렀다.

다시는 내 인생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늘 양보하고, 겸손하며, 신중할 것이다.

내 기분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적은 바로 내 안에 있었다.

비열하고 탐욕적인 악마가 깨어나지 않게 할 것이다.

더 이상 내 인생을 망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상자를 쌓다 동료와 대화를 나눴다.

이 공장에 총 10명 정도의 남자사원이 있다고 한다.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았다.

젊은 사람도 있었지만, 몇 몇은 50 안팎의 나이다.

그들의 시급으론 가정을 꾸릴 수 없기 때문일까?

아님 이런 직업을 가진 남자에게 시집 올 여자가 없기 때문일까?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선택된 자들의 전유물이다.

출산율을 걱정하는 보도가 공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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