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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Feb 21. 2023

달리기

불안과 두려움 

우울증 증상인지, 난 시도 때도 없이 울음이 터진다. 

그래서 아내가 걱정하기도, 놀리기도 한다. 

특히 아내를 생각하면, 글을 생각하면 그냥 수도꼭지처럼 눈에서 물이 줄줄 흐른다. 

하지만 아내가 근처에 있어 소리 죽여 운다. 

티슈를 꺼내 양 눈을 꾹 누른다. 

울음이 새어 나오지 않게 입을 꽉 다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면 감정이 진정된다. 

그럼 일어나 거실을 거닐거나, 커피를 마신다. 

하늘을 보며, 눈을 껌벅인다. 

가슴이 조여 오고, 손끝이 저린다. 

온몸의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아니 실제로 그렇다. 

다시 예전의 낄낄거리면 장난치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세상은 변한 게 없는데, 나만 변했다. 

어찌 보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왜 나의 감정만 달라졌을까?

불안과 두려움. 

떨쳐버릴 수 있을까?

늙어가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가진 게 하나도 없는데 무엇으로 산단 말인가?

직업도 돈도, 체력도 없다.

그런데 웃으며 살라고? 그건 동네 바보형 아닌가?


일을 하다가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아내가 보고 싶으면, 그냥 터진다.

그럼 주위 사람들이 볼까 사정없이 눈을 껌벅인다.

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어떻게든 눈물을 멈춰야 한다. 

안 그럼 난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웃고 있다고 화가 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부러울 뿐이다. 

제주도에 예쁜 집을 짓고 사는 젊은 부부들.

숲 속에 사는 자연인 부부.

자신의 체면을 지키며 자신의 일을 너끈히 해내는 이들. 

모두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난 그들이 아니다. 

그들이 될 수도 없다. 

난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이 노력할 때, 성과를 쌓아갈 때, 계획을 실행할 때. 

난 하지 못했다. 

나도 무엇인가를 향해 노력하고 집중하고 달렸다. 

하지만 결승선은 없었다. 

계속 멀어지더니, 아예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졌다. 


난 달리기를 멈췄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같이 뛰던 선수도 라인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안개만 자욱하다. 

앞과 뒤도 구분되지 않는다. 

어디로 뛰어야 하지? 

뛰는 건 맞는 건가?

계속 이렇게 서 있어야 하나?


눈물이 똑 떨어진다. 

그래 위아래는 구분되는구나. 

고개를 들면 하늘이 있고, 고개를 숙이면 땅이 보인다. 

눈물의 역할이 그거구나.

시간이 흐른다는 거. 

내가 가야 할 방향은 알 수 없지만, 시간은 흐른다는 거. 

그리고 언젠가 나의 시간도 눈물이 땅에 떨어지듯 끝난다는 거. 

그럼 나의 달리기도 끝난다는 거. 

더 이상 달릴 필요가 없다는 거. 

결승선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 


가만히 서서 땅에 떨어져 사라지는 눈물 자국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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