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절
난 작은 친절에도 흔들린다.
조금만 타인이 친절을 배풀어도 그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
문제는 이런 나의 태도가 최악의 인간관계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란 말이 딱이다.
아주 어렸을 적, 내가 국민학교때 동네에 한 아이가 이사왔다.
난 그 아이가 이사온 게 정말 좋았다.
그 아이가 맘에 들었나 보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내 친구들과 싸움이 붙었다.
솔직히 싸움인지, 게임인지 모르겠다.
술레잡기나 다방구 일 수도 있다.
암튼 난 집에 가서 바가지에 물을 담아 그 아이에게 뛰어갔다.
목말라 하는 거 같아서 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었다.
물론 그 아이가 이후로 생각나는 장면은 없다.
다만 내가 왜 처음 본 그 아이한테 그런 수고를 했는가였다.
난 쉽게 마음을 준다.
물론 막 티를 내진 않는다.
하지만 너무 쉽게 좋게 보는 점이 있다.
그러다 보면, 싫은 걸 싫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어정쩡한 관계.
싫은데 계속 만나는 시간들.
난 어려서부터 배려받지 못했다.
나의 생각이나 기호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했다.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고.
난 살기 위해 그렇게 따랐다.
누구도 내게 진심으로 친절하지 않았다.
내 가족조차.
그렇게 자라면, 작은 친절에도 흥분한다.
주체를 못한다.
감당을 못한다.
사람이, 자기 살기 힘들면
편한대로 생각한다.
잰 잘 모를거야. 잰 괜찮을 거야
잰 어리잖아. 잰 괜찮을 거야.
잰 말이 없잖아.
잰 울지 않잖아.
잰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이생망이다.
이번 생은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