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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r 17. 2023

언젠가 읽은 김밥이야기

닭튀김

브런치에서 읽은 내용인데, 돈가스랑 김밥이 있었는데, 김밥을 먹었다고 했다. 

귀갓길에 돈가스를 먹었는데, 다 먹지 못했다고 한다. 

요지는, 바뀐 자신의 처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장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가장 휴식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비로소 마음 놓고 앉아 있을 시간이 생긴 것이다. 

수다를 떨거나, 웹툰을 보고, 게임을 할 수 있다.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일 수도 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면, 직원들은 식당으로 뛰어간다. 

처음에 그 모습이 희한했다. 

어차피 50분이고, 줄을 서면 밥을 먹는데. 

왜 저렇게 서두르지?

아직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천천히 걸어 식당으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미 총책임자인 부장과 간부 직원들은 식사 중이었다. 

나도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 

밥과 국을 포함해 4~5가지 반찬이 나왔다. 고기도 끼어 있었다. 

생선가스, 돈가스, 생선 튀김, 닭튀김이 돌아가며 나왔다. 

어제는 닭튀김이 나왔다. 

하지만 난 말라비틀어진 날개 한 조각만 맛볼 수 있었다. 

이미 반찬통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내가 늦게 갔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청년이 식사 벨이 울렸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여성분들이 그가 어디 있는지 찾았다. 

혹시 그가 식사시간과 장소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듯했다. 

난 대열에서 이탈해 밖으로 나왔다. 

그는 멀리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난 밥 먹는 시늉을 하며, 식사하라고 했다. 

그는 천천히 걸어왔다. 

난 먼저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미 줄은 없어졌고, 반찬과 밥통은 거의 비어 있었다. 

난 밥을 긁어모으고 김치며, 연두부를 식판에 담았다. 

닭튀김 통은 몇 조각을 남기고 온통 튀김 부스러기 투성이었다. 

난 닭날개 하나를 집었다. 

신입이 먹을 한 조각은 남겨 두었다.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옆 자리의 남자 직원들의 식판이 보였다. 

흘러내릴 정도로 닭튀김을 쌓아놓고 있었다. 


남거나 맘에 드는 반찬이 나오면,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가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가난하면, 늘 부족하고, 늘 아쉽다. 

그러니 현재에 지독하게 충실할 수밖에 없다. 

여유가 없다.

누군가 날 좋게 봐줄 걸 기대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 몫은 내가 반드시 챙겨야 한다.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가질 수 있을 때 가져야 한다. 

놓치면 기회는 다시없다. 


내가 식판을 반납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닭튀김 통에 한 조각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보았다.

신입이 남긴 닭튀김이다. 

혹시 뒤에 누가 남아있을까 배려한 걸까?

아님 너무 작아 차마 담지 않은 걸까?

설마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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