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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r 14. 2023

아내가 보는 유튜브

자연인

아내가 요즘 빠져있는 유튜버가 있다. 

스페인에 사는 가족 이야기다.

여자는 한국인이고, 남편은 스페인 사람이다. 

그리고 두 딸이 있다. 

스페인 산속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내용이다. 

한국으로 치면 '오지에서 만난 사람' 정도?

남편은 산림감시원인가 해설사인가 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에 사는 젊은 예술가 부부의 유튜브다. 

아파트에 사는 데, 최근 구입한 것이라 한다. 

그들은 공연도 하고 외식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것이었다. 

제법 생활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 같았다. 


유튜브를 볼 때, 아내는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우리 삶 속에선 자주 웃지 않던 그녀가 밝은 미소를 연신 짓는다. 

그녀의 미소는 날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그게 내가 아니라, 우리 삶이 아니라 남의 삶이라는 게 슬프다. 

나를 아프게 한다. 

나도 그녀에게 그런 삶을 선물하고 싶다. 

똑같진 않아도, 몇 장면이라도 그들과 비슷한 삶을 아내에게 주고 싶다.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아내와 산티아고나 제주도의 둘레길을 걷고 싶다. 

아마 며칠은 잡아야 할 것이다. 

비용은 얼마나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꼭 마련하고 싶다. 

그녀에게 마지막일지 모르는 선물을 주고 싶다. 

제주도 둘레길을 걷고 싶다는 말을 수년, 아니 훨씬 이전부터 들어왔다. 

하지만 늘 '그러자 기회가 되면'이라고 말해 왔다. 

그럼 아내도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말을 잇진 않았다. 

평생을 이기적으로 살았다. 

평생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살았다.

과분하다.

(나와 견줄 놈은 일전에 말한 T밖엔 없을 것이다. 그의 아내는 10년 계획으로 제주도 1년 살기에 돌입했다)


이제 나이가 드니, 마음이 아프다. 

돈을 벌어 꼭 그것만은 이뤄주고 싶다. 

일을 하자! 돈 되는 일을 하자!

더 이상 글은 내 인생의 의미가 아니다. 

더 이상 영화는 내 인생의 의미가 아니다. 

지금 내 인생의 의미는 오직 나의 아내뿐이다. 

그녀를 위해 살아야 한다. 

그게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정신 바짝 차리고, 현명하게 살자. 

아직 남은 시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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