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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Mar 11. 2023

아반떼는 소나타가 아니다.

혐오의 시대

어제 서울 처가에 갔다. 

장모님과 처남이 시골에서 농산물을 차에 잔뜩 싣고 왔다. 

suv차량에서 짐을 내리는 데만도 한 참이 걸렸다. 

단호박, 총각무, 쌀, 배추, 사과 등등. 

밀대로 몇 번을 날라야 겨우 옮길 수 있었다. 

그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땀이 났다. 

샤워를 하고 싶었다. 

이는 비단 나에게만 국한되진 않았다. 

차에서도 냄새가 났다. 

흙이며, 채소 냄새가 새차에 진하게 배어 있었다. 


처남은 내부 세차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왜? 그의 차가 아니라, 처남댁 차였다. 그것도 새 차였다. 

처남의 차는 승용차로 짐을 많이 싣지 못한다. 

처남댁은 흔쾌히 자신의 애마를 내주었는데, 난장판이 돼 돌아온 것이다.

처남은 처남댁이 차를 보기 전에 원상복구 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부리나케 세차장으로 향했다. 


대형마트에 있는 세차장에 갔다. 

3층인가 올라가니 세차장 직원인지, 사장인지 모르는 젊은 남자가 차를 닦고 있었다. 

차를 보더니, 첫마디가 더럽다고 했다. 

내가 볼 때, 짙은 색의 차였고, 때문에 먼지가 눈에 띄지 않았다.  

농산물을 차에 매달고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7만 5천 원을 불렀다. 

처남은 예전에 3만 5천 원에 했다고 말했다. 


'차 종이 뭐였어요?'

'소나타요.'

'소나타랑 투산이 같아요?'


나는 순간 의아했다. 

같은 배기량 아닌가?

설령 suv라 해도 두 배가 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같은 배기량 아니에요? 얼마나 더 크다고.'


그러자 세차장 주인인지 직원인지 하는 남자가 날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저 차가 소나타예요. 크기가 같아요?'


그가 손으로 가리킨 차를 보았다. 불과 5미터 거리에 있었는데 아반떼였다. 


'저건 아반떼인데요.'

'아반떼가 소나타랑 크기가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 듣는 황당한 소리였다. 

그럼 사람들이 왜 아반떼를 안 사고 더 비싼 소나타를 사지?

화가 난 처남은 이미 차에 타고 있었다. 

나도 따라 차에 올랐다. 

우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대형마트를 빠져나왔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다른 세차장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부른 가격은 4만 원이었다. 

중형차는 3만 원인데, suv라 만원 더 비싸고 했다. 

우린 차를 맡겼고, 깨끗해진 차를 받을 수 있었다. 


눈 뜨고 코베인다는 말이 있다. 

모럴해저드란 단어도 있다. 

한국인이 점점 뻔뻔해져 간다. 

돈에 미쳐, 체면도 양심도 없다. 

아니면, 하는 일이나 직업에 따라 인성이 맞춰가는 것일까?

난 현재 공장에 다니며, 최저시급을 받는다.

그럼 나에게 맞는 인성은 어떤 것일까?

회사 비품을 훔치고, 태업을 일삼는 것?

이제 나이가 들어 그런지, 참을성이 없다. 

분노를 누르기가 힘들다. 

저런 인간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대형마트 세차장이 벼슬인가? 돈 좀 버니 무서울 게 없나 보다. 

아직도 그가 한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바보 소리 들어요. 아반떼랑 소나타랑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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